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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한국 사회 획일적으로 공부만 강요…심각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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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30) 씨는 2019년 은둔 생활 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원룸형 아파트에서 나왔다. 먼저 동생과 함께 지저분한 집 안을 청소한 뒤 비영리 단체를 통해 만난 다른 '은둔형 외톨이'들과 바다낚시를 했다. 유씨는 "바다에 가니 기분이 묘했지만, 동시에 은둔 생활을 끝냈다는 게 매우 상쾌했다.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지만 저는 분명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세상에 다시 나온 유씨는 현재 자신과 같은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안 무서운 회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영국 B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일본어 히키코모리)를 조명하면서 유씨처럼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을 택한다고 분석했다.

BBC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생산성 저하와 싸우고 있는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만 19∼39세 인구의 약 34만명, 즉 이 연령대의 3%가 외로움을 느끼거나 고립돼 있으며, 1인 가구 비율도 점점 늘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에게 월 최대 65만원의 생활비와 치료비, 학업 비용 등을 지원해 사회에 다시 진입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라 만 9세 이상 24세 이하 위기청소년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데, 지난달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위기 청소년' 범주에 은둔형 청소년을 추가했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들은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돈 문제 때문에 고립 생활을 택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유씨처럼 은둔형 생활을 해왔던 A(34) 씨는 BBC에 "그들은 다양한 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왜 은둔 생활을 재정 상태와 연결 짓는지 궁금하다. 모든 은둔형 외톨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유씨와 A씨 모두 은둔 생활을 할 때 부모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BBC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대체로 사회나 가족의 성공 기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통상의 진로를 따르지 않으면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거나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아 비난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씨의 경우 아버지가 원해서 대학에 진학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부끄러웠다. 왜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건가. 정말 비참했다"며 이런 이야기를 부모에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어느 날 자기 삶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고립 생활에 들어갔다.

한때는 가족을 만나기 싫어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A씨는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사회적 압박이 더 커졌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자주 싸웠고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너무 힘들어서 저 자신을 돌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8살인 2018년부터 치료를 시작했고 지금은 서서히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비영리 사단법인 씨즈(seed:s)의 김수진 선임 매니저는 "한국 젊은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나는 실패했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결국 사회와 단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그렇게 어렵지 않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한다"며 더 다양한 직업과 교육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금은 사회가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고 있다. 너무 획일적"이라며 "젊은이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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