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협상이 공회전하면서 미국의 첫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12년 전 지금같은 상황에서 미국 신용등급을 낮춘 S&P(스탠다드푸어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S&P 전 직원들은 "올바른 결정이었다는데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직 S&P 국가신용등급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비어스는 "우리는 정치적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고, 두 번째로 부채의 증가 추세에 대해서도 우려했다"라며 "두 가지 모두에서 우리의 기대치가 초과 달성됐다"고 밝혔다.
비어스는 2011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추는 데 일조했다. 당시 상황도 지금과 거의 같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과 부채 한도를 협상하듯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과 씨름했다.
당시 S&P의 결정은 미국 시장과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신용평가사가 미국 국가등급을 강등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S&P는 이후로도 쭉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 S&P 국가신용등급위원회를 이끈 존 챔버스는 "아마도 직업적으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등급을 낮추면 그들은 항상 매우 화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전날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피치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되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엘로카드를 꺼내기 전 '구두 경고'를 한 셈이다. 피치는 “여전히 X-데이트(부채한도협상 기한) 전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X-데이트 전에 부채한도가 상향·유예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연방정부가 일부 지급 의무를 다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