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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환경 문제 몰라, 리튬만 주면 돼"…中-남미 깊어지는 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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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원의 보고’ 남미 국가들이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중국은 도로를 지어주고,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는 동시에 무역협정까지 맺으면서 이들 국가를 우방으로 끌어들이려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남미와의 협력 관계가 느슨해진 미국?유럽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민주주의, 인권, 환경 등 가치문제에서 빚어진 신경전이 무역 관계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22년새 무역 규모 41배 불어나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과 남미 국가 간 무역 규모는 2000년 120억달러(약 16조원)에서 2022년 4950억달러(약 656조원)로 늘어났다. 22년 동안 41배로 불어난 셈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남미 최대의 교역 파트너로 떠올랐다.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에콰도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달아 체결했고, 파나마, 우루과이와도 조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이들 국가에 도로와 다리, 공항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해줬고, 정부와 국영 기업에 2005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1360억달러(약 180조원)가 넘는 돈을 차관 형태로 빌려줬다.

그 결과 남미?카리브해 지역에서 20개 넘는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했다. 지난 11일 중국과 FTA를 체결한 에콰도르의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매우 이해심이 깊은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약 2년 전 대선에서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친기업 성향을 보이는 그가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에콰도르가 친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미와 미국?유럽 간 교류는 뜸하다. 미국은 남미 12개국과 6개 FTA로 연결돼 있는 상태지만, 공통의 협력 틀이 부재해 통합적인 지역 공급망을 운영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입장차로 20년 넘게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EU와 메르코수르(Mercosur·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이 참여하는 남미공동시장) 간 FTA다. ‘유럽판 일대일로’라 불리는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따라 남미 지역에 약속된 투자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그쳤다.
"고해성사 요구하는 美…먼저 문 두드리는 中"
최근 들어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행보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났지만, 무역?투자 부문에서 성과는 없었다. 반면 지난달 방중 기간에는 수십 명의 기업인?주지사와 동행했고, 100억달러(약 13조원) 상당의 협정 20여개가 성사됐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의 연구 시설을 찾아 “어느 누구도 브라질과 중국 간 관계 개선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국 경제단체인 미주위원회의 에릭 판스워스 워싱턴 사무소장은 “남미 지역에 대한 무역 의제가 부실하다는 초당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못하고 있으며, 까딱하면 서반구 지역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반부패, 민주주의, 환경, 인권 등 가치 측면에서 서방 세계와 남미 국가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남미 지역의 한 외교장관은 미국과 중국을 각각 가톨릭과 모르몬교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과 대화할 땐) 고해성사를 해야 하고, 그럼에도 지옥에 갈 수 있다. 중국인들은 먼저 문을 두드리고, 기분이 어떤지 묻고,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남미 간 무역 장벽은 더욱 공고화되는 추세다. 개발도상국 지원을 총괄하는 미 개발금융공사(DFC)는 소득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미 국가들의 정정 불안을 우려한 서방국들은 이 지역에 보유하고 있던 금융 자산을 줄줄이 처분하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의 자동차 기업 포드는 브라질의 전기차 공장을 중국 기업 비야디(BYD)에 매각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판스워스 소장은 “미국은 남미 국가들에 너무 많은 지시를 내리고, 요구하고, 조건을 제시하면서 시장 접근성과 투자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그저 ‘우리는 당신의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리튬만 가져가게 해 주세요’라고 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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