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엔 정답이 없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가치를 명확히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게 갓생을 사는 길 아닌가 생각합니다.”
‘갓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답은 간결했다. 청중석에 앉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청년 30명이 공감하듯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살고 있는 갓생은 이제 갓 세 살 된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란 박재욱 쏘카 대표의 말엔 따뜻한 웃음이 번졌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영어 ‘God’과 한자어 ‘생(生)’을 합친 신조어다. 생산적이고 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삶을 가리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갓생 한끼’ 첫 번째 행사를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었다. 사회에 자신만의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MZ세대 30명이 각 분야 최고 리더와 만나 함께 점심을 먹으며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구하는 자리다. 경매 방식으로 거액의 돈을 내고 낙찰받아야 하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의 점심’과 달리 이 행사는 MZ세대의 재능 기부로 참가자를 정했다. 30명을 뽑는 데 1200명 넘게 몰렸다고 한다.
○정 회장 “젊은 세대와 대화로 방향 잡아”
‘꿈을 위한 갓생, 그리고 불굴’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첫 행사엔 정 회장과 박 대표, 방송인 노홍철 노홍철천재 대표가 나섰다. 전경련은 “한국의 대표 기업을 이끄는 재계 리더이자 갓생을 사는 혁신의 아이콘인 정 회장이 1호 주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도 이날 응원차 깜짝 방문했다.정 회장은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저도 여러분 나이와 비슷한 자녀가 있다. 그 친구들과 술도 한잔하고 얘기하는 게 낯설지 않다”며 “여러분 세대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게 제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묻는 질문에는 “보통 오후 9시 반에 잠들고 새벽 5시쯤 일어나 6시 반에 출근한다. 운동은 하루에 서너 번 정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해 청년들의 감탄을 샀다.
최근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 노 대표는 “눈 뜨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며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나의 일이 되고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국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의 창업주를 만나고 왔다는 노 대표에게 “저도 (그 브랜드의) 체리 가르시아를 좋아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MZ들 “인생 터닝포인트 됐다”
‘살면서 힘들었던 때 목표를 위해 어떤 도전을 해봤는지’를 묻자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의 경영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회사가 정말 망하기 일보 직전이어서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돈도 많이 꿔보고 외부 수혈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팀워크더라”며 “나 혼자 해서 될 일이 아니라 모두가 똘똘 뭉쳐야 이겨낼 수 있다. 그때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창업 아이템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박 대표는 “내가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가 중요하다”며 “아이템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에 집착하라”고 조언했다. 노 대표는 장기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일하며 스트레스가 아닌 재미를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 회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이야기했다는 한 참가자는 “직접 만나 대화해보니 정말 소탈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갓의선’”이라며 “미래 비전에 대한 인사이트와 확신, 열정을 느낄 수 있어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와 만난 참가자는 “많은 것을 이룬 박 대표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나태함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올 하반기 두 번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