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강제추행 해 극단적 선택의 길로 내몬 친아버지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성범죄 전력이 없고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딸은 세상을 뜨기 전 "아빠, 아빠 딸이잖아"라고 애원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음파일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친부는 재판을 마친 뒤 "내가 왜 유죄냐"고 소란을 피웠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부(조영은 부장판사)는 24일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친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범행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피해자인 딸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클 뿐 아니라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피해자의 어머니도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성범죄 전력이 없었고,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딸인 B씨가 어렸을 적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이혼했다. 그러던 지난해 1월, 당시 21세였던 딸에게 A씨는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며 만나자고 했다. 이후 A씨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 강제추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신체접촉을 거부하며 반항하는 딸을 폭행하면서 속옷을 벗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제출했던 당시 녹음파일에는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고 애원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도 A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혐의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이 아닌 '강제추행'만 적용됐다.
B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선고 후 법정을 나가면서 "내가 왜 유죄냐?"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재판장에 있던 B씨의 어머니는 형량이 너무 적다는 점에 개탄하며 한참 눈물을 흘렸다. 재판을 방청한 여성단체 등 회원들도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의 절반에 불과한 크게 낮은 형량"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