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각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AI 스타트업 안트로픽이 4억 5000만달러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과 오픈AI의 합작에 뒤처진 구글이 투자를 주도하며 AI 기술 역전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트로픽은 이날 4억 5000만달러를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트위터와 코인베이스에 투자한 전력이 있는 벤처캐피털(VC)인 스파크 캐피털과 구글, 세일스포스, 줌 등이 안트로픽에 투자했다.
기업가치는 최소 4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구글이 안트로픽에 3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지분율 10%를 확보했다. 이를 역산하면 최소 30억달러를 넘겼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테크 전문지인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안트로픽의 기업가치는 41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안트로픽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연구부사장 출신 다리오 아모데이가 2021년에 설립했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에서 GPT-3의 수석엔지니어였던 톰 브라운 등 핵심 연구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안트로픽도 클로드를 지난 3월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AI 개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유치에도 불이 붙었다는 평가다. 올해 1~3월 미국 AI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수는 46건으로 총 17억달러가 모였다. 지난 1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받은 뒤 경쟁사들도 잇따라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안트로픽 외에도 인플렉션, 코히어 등 AI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지속하고 있다.
알리 자바헤리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오픈AI가 앞서나가고 있지만 독점 기업은 아니라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AI 경쟁이 일자리 축소와 비윤리적 사고를 일으킬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AI를 활용해 미 국방부가 폭격당했다는 가짜 뉴스가 남용되고, 일반 사무직 감원 규모도 점차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만은 지난 22일 "향후 10년 내 AI 성능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트로픽도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안트로픽 CEO는 "우리는 AI 시스템이 적대적인 대화를 걸러낼 수 있도록 정확한 지침을 설계하고 있다"며 "AI의 행동에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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