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방한할 때 대학가와 스크린골프장을 둘러봤습니다. 여기서 상당한 사업 기회를 포착했고 제품 개발 과정에 참고했습니다."
오가와 야스노리 세이코엡손(엡손) 대표이사(사장·사진)는 지난 23일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열의가 높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스크린골프장 인기몰이를 바탕으로 프린터·프로젝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1942년 출범한 엡손은 지난해 매출 13조원을 올린 회사로 프린터, 프로젝터, 산업용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오가와 사장은 1988년 세이코엡손에 입사해 팩스와 프로젝터 기술 개발에 주력했고 2020년 4월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오가와 사장은 한국 대기업들과도 손잡고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철이나 웨이퍼(반도체 원판) 등을 재활용 사업이 거론된다. 그는 "실…리콘 웨이퍼를 재활용하고, 페금속을 재활용하는 신사업을 위한 공장 부지를 일본에 마련했다"며 "이 부지 위에 조만간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종이문서를 출력하지 않는 '페이퍼리스' 문화가 빠르게 퍼지는 데 대해선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그는 "페이퍼리스 시대에도 순식간에 종이문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신사업과 함께 기존 레이저프린터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최대 80% 감축된 '잉크젯 프린터'로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엡손이 2016년 개발한 페이퍼랩에 대한 기대도 컸다. 페이퍼랩은 헌 종이를 새 종이로 재활용할 수 있는 사무용 제지 시스템이다. 1시간 동안 헌 종이로 A4용지 720장을 생산할 수 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을 비롯한 은행, 보험사, 건설사 등이 페이퍼랩을 사용하고 있다. 엡손은 페이퍼랩 새 모델을 2024년 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오가와 사장은 "종이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장점도 있지만 기업 보안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며 "문서 파쇄기를 써도 보안 유출에 우려감이 큰 기업들이 페이퍼랩을 쓰고서 이 같은 고민을 덜어냈다고 귀띔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페이퍼랩 크기를 줄이고 가격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와(일본)=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