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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구조조정…신약 개발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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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이 강도 높은 경영쇄신에 들어갔다. 인력과 제품군을 구조조정하고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경제 상황에 맞춰 수시로 조직을 개편하는 글로벌 제약사엔 흔한 일이지만 국내 제약사가 ‘인력 감축’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R&D 전문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오너 3세 윤웅섭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임원 감원 등 경영쇄신 돌입
일동제약그룹은 23일 임원을 20% 이상 줄이고, 남아 있는 임원들의 급여도 20% 반납하는 내용의 경영쇄신안을 공개했다.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ERP)도 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적자가 계속되면서 대출 자금 회수 등으로 이어지면 경영 상황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일동제약은 2019년부터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했다. 2019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1.1%였지만 지난해 19.7%까지 늘었다. 국내 전통제약사 중 매출의 20%를 R&D에 쏟아부은 곳은 일동제약뿐이다. 같은 기간 R&D 투자금은 574억원에서 1251억원으로 급증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지만 영업 적자는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2021년 555억원, 지난해 735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R&D 중심 기업에는 악조건이 됐다. 일동제약은 재무구조를 바꾸기 위해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이익 구조가 취약한 품목을 정리하기로 했다.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고 관리 시스템도 바꿀 계획이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면 매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D 포기 안 한다”
일동제약 경영진은 이날 직원들에게 경영쇄신안을 공개하면서 “R&D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감축 등 뼈아픈 구조조정에 나서지만 성장동력은 최대한 지키겠다는 취지다.

일동제약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은 20개가 넘는다. 이들 중 비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물질도 10여 개에 이른다. 최성구 일동제약 사장은 “R&D 역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소한 범위 안에서 후보물질을 조정하고 있다”며 “일부 임상시험은 타임라인을 3개월 정도 늦추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른 시기에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을 라이선스아웃(LO)하는 방식으로 자금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합류한 이재준 부사장이 글로벌사업본부를 이끌면서 글로벌 제약사 등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독일에서 임상 1상시험을 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IDG16177’은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힌다. 췌장세포의 GPR40(G단백질결합수용체40)을 활성화하는 당뇨약으로 ‘퍼스트인클래스(세계 최초 제품)’로 평가받는다. 원숭이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한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40338’도 유력 후보군이다.

윤 대표 취임 후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일동제약은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공존한 사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시카우가 분명한 제약사조차 신약 개발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정책펀드 등을 통해 실질적 자금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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