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4일 08: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 제9호 가목(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가목)에서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 대여금,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상품, 용역, 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부당지원행위는 지원의 방식에 따라 대가성 지원행위와 규모성 지원행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가성 지원행위는 지원주체가 제공하는 경제적 급부의 정상가격이 그에 대한 대가로 지원객체로부터 받는 경제적 반대급부의 정상가격보다 높은 경우를 말하고, 규모성 지원행위는 현저한 규모로 거래하는 경우로서 이른바 ‘일감몰아주기’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되고 있다. 부당지원행위, 그 중 대가성 지원행위에 있어서는 실제 거래가격과 정상가격과의 비교를 통하여 거래조건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지원금액도 산정할 수 있다.
정상가격이라 함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들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의미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36112 판결 등). 거래당사자 사이의 급부와 반대급부만을 비교하는 것은 해당 거래당사자 사이의 주관적 요소에 의하여 왜곡이 있을 수 있으므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들 사이의 거래가격을 파악하여 이를 정상가격을 판단하는 요소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 있는 거래를 상정함에 있어서는 유효한 경쟁시장을 전제할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된 행위가 이루어진 시장에서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의 특별한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거래에 기초하여 판단하면 족하다고 설명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산정되는 정상가격은 특정한 가격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일정한 폭의 가격 범주인 경우가 많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한 결과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당해 거래가겨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36112 판결 등). 대법원이 이와 같이 정상가격의 범위에 관하여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거래를 할 당시에는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하는 최선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정상가격을 판단할 경우에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법률의 행위준칙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13. 8. 13. 개정되기 전의 공정거래법에서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었는데, 법률의 개정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그 표현이 바뀌었다. 이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이라는 요건이 너무 엄격하여서 공정위가 부당한 지원행위의 성립을 입증하기가 너무 어렵게 되는 부당함을 시정한 것이라는 견해와 양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이를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9도19067 판결).
한편 공정위에서는 2022. 12. 9.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시행하였는데, 그 중 안전지대(safe zone)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띈다. 종전 심사지침에서는 자금지원 안전지대를 ‘실제 적용금리와 정상금리와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지원금액이 1억 원 미만인 경우’를 설정하고 있었는데, 개정된 심사지침에서는 불확정한 개념인 지원금액 대시 거래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안전지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종전에 자금지원행위에만 있었던 안전지대를 각 지원행위 유형별로 신설하고, 부당성의 안전지대 기준을 확대하였다.
그 내용은, 자금지원과 자산·부동산·인력지원의 경우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고 거래당사자간 해당 연도 거래총액이 30억 원 미만인 때, 거래대가 차이로 인한 상품·용역거래(대가성 지원행위)의 경우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고 해당 연도 거래총액이 100억 원 미만인 때, 상당한 규모로 인한 상품·용역거래(규모성 지원행위)의 경우 거래당사자간 해당 연도 거래총액이 100억 원 미만이고 거래상대방의 평균매출액의 12% 미만인 때를 안전지대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원금액이 1억 원 이하이고 공정거래저해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지원행위의 성립에 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는 불확정개념이 사용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당지원행위 심사지침이 안전지대를 설정하였지만,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서는 이러한 안전지대 외의 행위라 하더라도 행위의 동기, 목적, 유사한 사례와의 비교 등에 비추어 부당한 지원행위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중에는 ‘부당지원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그 실제 거래의 유형과 형태, 정도에 따라 그에 상응하여 부당지원행위를 규율하는 입법목적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 족할 정도의 일응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고, 모든 행위 유형에 따라 적용될 적정금리를 사전에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에 있어서 반드시 정상금리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06. 4. 12. 선고 2005누13614 판결)가 있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거래에 실제로 적용된 금리와 정상금리를 서로 비교하여 그 차이가 현저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정상금리로 볼 것인지부터 확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정상금리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고 하면서 위 고등법원 판결이 정상금리의 확정 필요성 및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음을 이유로 파기하였던 사례(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두8792 판결)가 있다.
기업으로서는 각 당사자의 거래필요성과 함께 대체거래선의 존재 여부, 공급망의 안정성 또는 안정적인 기술개발 등 내부거래의 장점, 거래상대방에게 귀속되는 이익이 행위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가격을 정하게 된다. 즉 상당한 이익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가 납품업체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한편, 회사가 요구하는 물품의 수량이나 시기에 관하여 납품업체의 충분한 협조를 얻을 수 있다거나, 불황이 닥쳐와도 함께 고통을 분담하면서 납품가격 등에 생기는 변동 요인을 납품업체가 어느 정도는 흡수해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 왔다거나 하는 등의 개별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한 거래가격이 후에 유사한 형내 내지 규모의 거래가격과의 비교를 통해서 (공정위의 심사지침에 따르면) 약 7%의 차이가 존재하게 되면 부당지원행위의 의심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래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하였던 유사한 사례와의 비교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각 개별 거래의 특수성에 관한 여러 가지 사정들에 관하여 충분히 고려하고 그에 관한 근거들을 잘 마련해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당한 지원행위의 성립에 관하여 대가성 지원행위와 규모성 지원행위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양 요소를 종합하여 부당한 지원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견해, 즉 가격 차이와 거래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원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준비는 규모성 부당지원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 준비로서도 기능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규정에서 정당화사유로 들고 있는 ‘합리적인 고려’에 대한 증빙자료로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