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받은 실수요자)이 몰렸던 서울시 노원구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거품이 일부 빠졌고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돈줄을 풀어주면서다. 다만 도봉구와 강북구에는 노원구의 온기가 아직 번지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하계동 '하계1청구' 전용 84㎡는 지난 2일 8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는 지난 2월 7억5500만원에 거래됐는데 3개월 만에 7500만원 뛰었다. 올해 최저가 7억3100만원(1월)보다는 9900만원 높다. 작년 11월에 기록한 7억1000만원보단 1억2000만원 뛴 수준이다.
중계동에 있는 '주공8' 전용 49㎡도 지난 12일 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2월 거래된 4억5000만원보다 1억원 높은 수준이다. 작년에 기록한 최저가 4억2000만원(5월, 직거래)보다 1억3000만원 상승했다.
상계동에 있는 '상계주공6' 전용 58㎡는 지난달 말 6억87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월엔 5억3000만원(직거래)까지 하락했던 단지다. 불과 4개월 만에 1억5700만원이 뛰었다.
노원구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20~30대 젊은 층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곳이다. 2021년 한 해 집값이 11.27% 급등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외곽이라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고 노원구 내 오래된 단지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해지면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수요가 몰렸다.
가격 상승이 빨랐던 만큼 하락도 가팔랐다. 작년 한 해 12.04%가 빠지면서 직전연도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거래가 뚝 끊겼고 이자 부담이 커진 탓에 이를 버티지 못한 매수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다. 다만 급락에 따른 매수세 유입과 정부가 올해 초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집값이 반등했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집값이 지속 하락하면서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던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올해 초부터 조금씩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다"며 "일부는 매수에 나서면서 급매물이 소진 집값이 일부 반등했다"고 전했다.
다만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올라 소강상태"며 "반등하긴 했지만 향후 집값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 관심 있는 수요자들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온기는 인근 도봉구와 강북구까지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노원·도봉·강북구는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면서 집값이 동반 상승한 지역이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창동역 지하화 확정 소식 등이 전해졌지만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큰 변화는 없다"며 "올해 초 급매가 소진된 이후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도 "강북구는 노원구, 도봉구가 다 오르고 난 뒤 거의 끝물에 오르다 보니 반등 순서도 늦게 오는 것 같다"며 "집값이 하락한 이후 일부 실수요자들의 문의는 꾸준하지만 정작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일) 기준 노원구 집값은 0.07% 올라 4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월 둘째 주(10일) 하락 전환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반등한 상황이다. 다만 도봉구와 강북구는 낙폭이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면서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