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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챗GPT와 카피라이팅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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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챗GPT 열풍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챗GPT가 광고업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재스퍼’ ‘카피스미스’ 같은 영어 카피라이팅 서비스만 해도 5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어 광고 문구’ 분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의 핵심 분야로 떠올랐다. 자칫하다간 인간 카피라이터가 밥을 굶게 생겼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나 카카오브레인의 ‘코지피티’에 핵심 키워드만 입력하면 수많은 광고 카피가 쏟아진다. 현대백화점의 루이스를 비롯해 뤼튼, 타입잇, 라이팅젤 같은 신생 회사에서도 광고 카피와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무료로 제공하는 광고창작 지원 플랫폼 ‘아이작(AiSAC)’은 215만 건 이상의 광고 자료를 학습해 순식간에 카피를 쏟아낸다.

AI 카피라이팅 기술이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이유로 광고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준 높은 인간 카피라이터에게 카피 창작을 의뢰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한 광고주에게는 AI 카피라이터가 가뭄에 단비 같은 선물일 수 있다. 챗GPT는 자료 수집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도 줄여줄 것이다.

AI가 인간 카피라이터 모두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챗GPT를 잘 활용하는 카피라이터는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다채로운 카피를 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카피 한 줄이 나오기까지 인간 카피라이터가 쏟은 땀과 열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간 카피라이터가 챗GPT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의 중요성을 빼앗겨 ‘카피인지 감수성’이 퇴보할 가능성도 높다. AI 카피라이터가 심층 학습을 계속하는 마당에, 인간 카피라이터는 AI가 할 수 없는 카피인지 감수성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AI가 생성하는 카피 자료가 아무리 넘쳐흘러도, 카피라이터에게 옥석을 가려낼 눈썰미나 정리 정돈 능력이 없다면 쓰레기 더미에 불과하다. 정리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과정이고, 정돈은 필요한 것을 다시 배열하는 과정이다. 정리 정돈만 잘해도 좋은 카피를 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DNA(Data, Network, AI)가 모두에게 중요하고 인공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한 창작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도 당면 과제지만, 사고 과정이 생략된다면 모두 빈껍데기일 뿐이다. 디지털 시대에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가 더 중요해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광고 카피를 썼다가 지우고 광고 시안을 찢어버리고 다시 카피를 쓰는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할 텐데, 챗GPT만 활용하다 보면 소중한 과정이 송두리째 생략돼버리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 정립이 가장 적절하겠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대, 챗GPT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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