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종료를 몇 개월 앞두고 집주인이 사망했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갱신하지 않고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집주인의 아들이 상속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이러다간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최근 급작스러운 집주인의 사망으로 전세금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세입자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사망했을 때의 대응 방법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9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도움말을 종합하면 주택 임대차에서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의 사망은 세입자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대응 방법을 숙지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집주인 사망 시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상황에 따라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주택 임대차에서 집주인의 사망은 누구의 잘못으로 볼 수 없지만, 전세금 반환 의무를 지켜야 할 집주인의 존재가 사라졌기에 상황은 간단치 않다.
집주인 사망 시 세입자의 기본적인 대응 방법은 집주인의 상속인에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법상에는 재산을 물려줄 피상속인의 사망 시 상속인이 재산뿐 아니라 재산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를 승계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1005조(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는 '상속인은 상속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집주인 사망 시 그의 상속인에게 집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승계돼 새로운 집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엄 변호사는 "평소 집주인의 가족 관계 파악이 가능하다면 상속 절차를 이해하는데 더 쉬울 것"이라며 "집주인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해당 구성원이 1순위 상속인이 되고 세입자는 1순위 상속인 중 아무에게나 전세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집주인 사망 시에는 상속 절차가 오래 걸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상속은 법률상 피상속인(집주인) 사망 시 즉각적으로 발생하지만, 상속인의 결정에 따라 확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속은 상속인에게 이득이 되는 재산도 있겠지만, 채무와 같은 손해 요소도 상속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공동상속인끼리 상속 지분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상속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세입자는 묵시적 갱신이나 갱신 요구권 행사를 통해 시간을 벌어놓고 일 처리를 하는 게 좋다"며 "계약이 갱신된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통보일로부터 3개월 후 해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속인이 결정된 후라면 빠르게 이사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인이 상속을 거부하거나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상속인은 자신에게 상속될 재산에 채무가 많아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면 자유롭게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또한 집주인이 사망하더라도 재산을 상속받을 가족 자체가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에게 가까운 친족이 없는 경우라도 상속 절차를 끝까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며 "상속은 1순위 상속인의 부재나 상속권 포기에도 사라지지 않고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진행된 상속 절차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이 지정되지 않았거나 찾을 수 없다면 어떨까. 이 경우 세입자는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 집주인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
상속재산관리인이란 상속인이 여럿이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을 위해 가정 법원이 선임하는 관리인을 뜻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