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로 부활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18일 1주년을 맞았다. 1년간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건 등 금융계 이슈를 몰고 다니면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초기 관심사였던 사모펀드 수사에선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수단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처음 구성돼 이듬해 서울 여의도를 관할하는 남부지검으로 둥지를 옮겼다. 합수단은 주가조작 등 금융 범죄를 수사하며 2020년 1월까지 965명을 기소하고 346명을 구속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한때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합수단은 2020년 1월 ‘검찰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방침’을 내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폐지됐다. 이후 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로 기능이 흩어졌던 합수단은 지난해 5월 한 장관의 취임과 함께 2년4개월 만에 부활했다. 당초 검사 7명 등 47명 규모로 시작한 합수단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파견된 직원을 포함해 총 56명으로 늘었다.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 부서 인원인 20명의 세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새로 태어난 합수단은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합수단은 ‘1호 사건’으로 지난해 5월 벌어진 루나·테라 폭락 사건을 수사해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암호화폐에 증권성을 부여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최근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수사해 약 2주 만에 핵심 인물인 라덕연 호안 대표와 측근들을 구속했다.
하지만 당초 부활의 명분으로 내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건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합수단은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 사건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재수사를 시작했지만 사건 관계자들의 기소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합수단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SG증권 사태처럼 현안이 계속 튀어나오니 펀드사기 사건은 순서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올여름은 지나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의 정식 직제화가 사건 적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날 법무부는 오는 23일부로 합수단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로 직제화하고 단성한 합수단장을 부장에 보임한다고 발표했다. 임시기구 성격인 합수단이 정식 직제화된 것은 2013년 합수단 구성 후 처음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이번 직제화를 기점으로 인력 보강은 물론 예산 지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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