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김남국 코인 사태'의 계기가 된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80만개 이체 거래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빗썸이 현행법상 보고 의무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김 의원이 빗썸의 오래된 거액 투자자였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해 2월께 김 의원이 보유한 60억원 규모 위믹스 80만개를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로 이체했을 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지 않았다. 해당 거래는 업비트가 보고하면서 FIU가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보호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를 FIU에 보고해야 한다.
빗썸이 특정금융보호법상 보고 의무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빗썸은 김 의원의 거래를 FIU에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빗썸 관계자는 "특정금융보호법상 보고 여부조차 누설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 의원이 이미 빗썸에서 장기 고액 투자자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고액 투자자를 '고래'라고 부른다. 빗썸은 암호화폐 상위 1% 고액 투자자 대상 전용 서비스인 클럽B를 출시할 정도로 '고래 관리'에 공을 들였다. 클럽B는 빗썸캐시를 5억원 이상 예치했거나 30일 누적 거래금액이 1000억원 이상, 7일 누적 거래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고객이 가입 대상이다. 클럽B 고객은 일반 서비스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전용 거래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고, 수수료 혜택도 주어진다.
김 의원이 빗썸에서 업비트로 위믹스를 이체한 이유는 유동성이 풍부한 업비트에서 거래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믹스는 지난 2020년 10월 28일 빗썸에 상장됐다. 이후 업비트에는 지난해 1월 11일 상장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많고 유동성이 큰 업비트에서 보다 좋은 조건에 위믹스를 거래하기 위해 이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비트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거액의 암호화폐가 유입되면서 의심 거래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