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비싸거나 혹은 아예 저렴하거나. 벌써 한낮은 여름 날씨처럼 더워진 가운데 여름철 대표 먹거리 빙수도 초저가와 고가 상품으로 양극화하는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특급 호텔들이 ‘스몰 럭셔리’ 전략으로 고급화된 초고가 빙수를 출시하는 반면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나 편의점들은 최저 3000원대 빙수로 ‘가성비’ 시장을 노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정의달인 이달 서울 주요 특급 호텔은 일제히 인상된 가격에 빙수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망고 빙수’의 원조로 꼽히는 신라호텔은 가격을 전년 대비 18.1% 올렸다. 롯데호텔 서울도 지난 4일부터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지난해보다 4.5% 인상한 9만2000원에 판매 중이다.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 가격도 동일한 9만2000원이다.
한 그릇에 10만원을 훌쩍 넘는 빙수도 등장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다음달 1일부터 9월까지 판매하는 5종류의 빙수 중 가장 비싼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가격은 12만6000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 호텔이 판매한 최고가 빙수인 골든 제주 애플망고(9만6000원)보다도 31.2%나 올랐다.
국내 특급호텔 빙수 단품 가격이 10만원을 넘은 건 호텔업계가 고가 빙수를 선보이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호텔업계는 애플망고 수급이 쉽지 않고, 재료값이 오르면서 빙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포시즌스 호텔 측은 “제주산 애플망고를 두 개 이상 통째로 썰어 넣었다”며 “애플망고뿐 아니라 부재료 값이 많이 올라 이를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비싼데도 주말에는 호텔 초고가 빙수를 먹으려면 한 두시간씩 대기해야 할 만큼 인기다.
편의점은 정반대 상황이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살린 3000원대 빙수가 출시됐다.
GS25는 지난달부터 ‘춘식이딸기빙수’를 3500원에 판다. 딸기 과육, 딸기 시럽, 딸기빙수 믹스, 우유빙수 믹스를 차례로 쌓은 4단 구성이다. 빙그레가 주요 자사 제품인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빙수 형태로 만든 메로나빙수 가격도 편의점 판매가 기준으로 3000원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가격대를 저렴하게 책정하고 양을 줄인 1인용 빙수를 내놨다. 이디야커피는 올여름 한정 메뉴로 1인 빙수 3종과 눈꽃빙수 3종을 판매한다. 이중 1인 빙수는 6300원이다. 성인의 한 손에 들어오는 컵 크기에 담겨 나오는 적은 양의 빙수다. 2~3인이 즐길 수 있는 눈꽃빙수를 1만1800원에 판매하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양극화하는 소비 행태가 빙수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주목할 외식 트렌드’ 10대 키워드의 첫 번째가 ‘양극화’였다. ‘짠테크’와 ‘플렉스’ 등 양극단 소비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초특가나 럭셔리, 프리미엄 등의 수식어가 붙어야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최근 식품업계에서도 ‘애매한 가격은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