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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양자 시대로 '퀀텀 점프'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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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급 전문가 채용을 위한 공고를 수년간 냈지만 지원자가 0명입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기술 최고위원회 전략대화에 참석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 양자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자(量子·quantum)는 더는 나눌 수 없는 최소한의 물리 단위다.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電子·electron)와 여기에 미치는 힘 등을 설명한다. 1964년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말로 그 어려움을 표현했다.

한국은 양자 분야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다.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62.5% 선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양자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정부 조사 결과 현재 한국의 박사급 양자 전문 인력은 300명 선이다. 전문가를 찾기 힘든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 과학도들은 물리학 같은 기초학문보다 컴퓨터공학 같은 응용학문을 선호한다. 난해한 양자역학을 전공해야 양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연구자의 심리적 장벽도 문제다. 기업들이 양자 분야에서 아직 뚜렷한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학계에선 지금은 틀을 깨는 도전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자역학을 적용한 양자컴퓨터와 양자센서, 양자통신 등이 미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양자컴퓨터는 금융·국방에 사용되는 ‘RSA 암호’를 무력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양자센서는 스텔스기를 탐지하고 0.1㎜ 이하 미세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다. 양자통신은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양자 기술에 앞다퉈 거액을 투자하는 배경이다.

양자 기술은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궁합이 잘 맞는다. 원천 기술을 마련하면 이를 응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이다. 정부가 주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계가 인력 양성에 협력하며, 기업이 구심점이 돼 실용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선진국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하는 것을 설명하는 ‘퀀텀 점프’는 물리학 용어다. 양자가 불연속적으로 도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으로 대표되는 전자 기업의 활약으로 2000년대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왔다. 가까운 미래에 ‘삼성양자’, ‘LG양자’가 탄생해 한국의 재도약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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