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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그 이후…냉철함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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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트로이(Troy)는 파괴와 매몰이 반복되면서 연대를 달리하는 10개 유적 층에서 발견됐다. 트로이의 유적이 있는 튀르키예 땅 아래에는 아나톨리안 단층대가 있다. 환태평양지진대와 함께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올해 2월 6일 새벽, 규모 7.8의 강진이 또다시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1999년 1만7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이즈미트 지진이 일어났고, 2020년에도 규모 7.0의 이즈미르 지진이 있었다. 이번 지진은 단층 경계면을 따라 10개 주(州)에 걸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사망자 수만 4만6000명을 넘었다. 120만 명이 집을 잃고, 2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아직도 100만 명 이상이 임시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지진에 대한 튀르키예인들의 인식이다. 그들에게 지진은 곧 다시 일어날 현실이고, 다음에 발생할 지진은 더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지진 이후 건축법 안전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인공위성 및 무인기를 활용한 재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통합재난관리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건물의 부실한 시공·관리가 피해를 증폭했고, 통신·전기 인프라의 파괴가 피해 분석 및 통제 기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피해지역 재건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3월 2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난지역에 올해 32만 가구의 주택 건설을 시작으로 이른 시간 내에 총 65만 가구의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도시부도 재난지역 재건 및 지역의 경제 부흥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재건사업에 국제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미 유럽투자은행(EIB)이 5억유로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등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60억5000만유로(약 8조4700억원)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의 대응도 신속하다. 지진 발생 50시간 만에 118명의 긴급구호대를 현장에 파견했고, 이재민 임시거주촌 건설을 위해 1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임시 피해 복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재건이다. 구조·구호 과정에서 ‘형제애’가 발동했다면, 재건 과정에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해 참여하는 ‘냉철함’이 요구된다. 도시 재건과 지역경제 부흥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튀르키예에서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 대교 건설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술력이 있다. 내진·제진·면진 기술 등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시공 능력이 높은 현지 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새롭게 건설될 도시에는 스마트 교통, 스마트 안전, 스마트 의료 분야 등의 미래기술이 함께 적용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전자·통신·데이터·모빌리티·의료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튀르키예의 땅은 고대 그리스·로마, 히타이트, 셀주크, 오스만제국 등 인류의 찬란한 문명과 문화의 터전이었다. 올해는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이 지진의 아픔을 극복하고 또 다른 100년을 시작하는 튀르키예의 출발에 한 알의 밀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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