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함 때문에 산업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저한 컨설팅으로 기업들이 마주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습니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사법연수원 32기·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중대재해긴급대응팀을 구성해 사고에 대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사 출신인 진 센터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0부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8월 세종에 합류했다. 그는 검찰 재직 시절 노동·산업재해 전문가로 손꼽혔던 인물로 검찰의 ‘중대재해법 벌칙해설서’ 집필자로도 유명하다.
진 센터장은 “법에서 요구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모두 지켰더라도 예상치 못한 재해가 발생하면 대표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기업 이미지 손상과 대표 구속에 따른 경영 리스크 증폭, 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보상금 등이 기업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지난달 대표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한국제강의 1심 판결을 두고는 “회사 측이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유족들과 합의했음에도 대표가 법정 구속된 이례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구속 사례가 많지 않았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과 달리 중대재해법에선 과거 같은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양형에도 반영됐다”며 “기업들도 중대재해 발생 후 대응 방법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진 센터장은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한 의무는 전문적인 법률 컨설팅 등을 거쳐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법에선 근로자 의견 청취, 예산 편성 등 안전 확보를 위한 체계를 구축했느냐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산안법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안전관리체계 구축은 사고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후 조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진 센터장은 “사고가 난 뒤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이 현장에 나와 질문했을 때 관계자들이 한 대답은 나중에 번복하기 쉽지 않다”며 “사고 직후 조사 과정에서의 답변뿐만 아니라 서류 제출 및 작업 중지 명령에 대한 대응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 중대재해긴급대응팀도 이 같은 현장 조사에 대처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진 센터장은 “중대재해법 도입을 계기로 산업안전도 이윤 추구만큼이나 중요한 기업의 핵심 목표가 됐다”며 “회사가 재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을 발견한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노사가 적극 협력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