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 엔데믹 선언으로 다음달 시범사업 전환을 앞두고 있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그동안 고집해온 ‘초진 허용 원칙’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다만 범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을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12일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의약계, 산업계와 소비자단체가 모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틀을 새로 만들자”고 했다.
비대면 진료 업체는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에 초진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내놓은 ‘7개 진료 과목 비대면 진료 현황’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989건 가운데 초진은 9%(약 89만 건)였다.
다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진료 건수가 아니라 이용자 수로 따졌을 때는 90% 이상이 초진 환자”라며 “초진 환자를 제한하면 플랫폼 업체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서비스인 만큼 오는 6월 1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가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 다시 ‘불법’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동네의원에 한해 재진을 비대면 진료로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호 원산협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초진을 제한하면 국민들이 당장 아플 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면서도 “협의체가 구성되면 재진으로 제한하는 논의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원산협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을 논의할 협의체를 정부, 의약계, 산업계, 소비자단체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장 회장은 “6월 1일까지 협의를 마무리하긴 어렵다”며 “기존 3년간 시행해온 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재진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시행되더라도 플랫폼 기업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회장은 “환자가 자신이 방문한 병원과 의사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플랫폼업계가 이런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이 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 환자의 진료 기록을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초진인지, 재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3년 동안 시행해온 ‘한시적 허용’안과 동일한 시범사업을 우선 진행하고, 협의체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시범사업안을 도출하자”고 주장했다. 임진석 굿닥 대표도 “재진으로 원칙을 잡더라도 초진인지 재진인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는 없다”며 “환자의 특정 의료기관 방문 여부, 동일상병 기준, 기간 등 세 가지 요건에 대해 법률적, 기술적 근거를 3주 안에 구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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