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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손님 25명만 받는 '스타 셰프'…MZ세대 몰리는 이유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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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식 소비 수준은 굉장히 높습니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넘어서 미식으로 인정받으려면 ‘예술’의 경지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디너 코스만 운영하면서 하루에 25명의 손님만 받는 이유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한식 파인다이닝 ‘솔밤’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 엄태준(37·사진) 셰프는 12일 서울 성수동 오프컬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셰프의 생각과 주제의식이 음식, 서비스, 인테리어 등을 통해 오롯이 전달될 때 고객에게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솔밤은 지난해 가을 2023 미쉐린 가이드에서 새롭게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한식 컨템포러리 다이닝이다. 엄태준 셰프는 요리사로서 경험한 다양한 순간과 노하우를 한국적인 요소와 접목해 솔밤의 요리로 내놓는다.
양식으로 시작했지만 한식 다이닝 차려
지금은 한식 다이닝의 헤드 셰프이지만 그의 요리 경력에서 한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해외 셰프들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나이인 20살에 요리를 시작해 한국의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롯데호텔, 메이필드호텔 등 국내 특급호텔에서 경력을 쌓았다.

호텔에서 양식을 담당했던 엄태준 셰프는 뷔페 위주의 효율적 요리가 아닌 ‘정통’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뉴욕 CIA로 유학을 갔다. 그는 “졸업 후 뉴욕 미쉐린 2스타 식당에서 수셰프(부주방장)로 일하며 ‘내가 메뉴를 개발하고 직접 요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엄태준 셰프는 2021년 한식 다이닝 솔밤을 열었다. 엄 셰프는 “한식은 한국의 떼루아(토양)와 같이 발전해 온 가장 효율적인 요리방식”이라며 “한국의 식재료를 배제한 채 메뉴를 개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자연의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손님이 맛본 뒤 미각 이외에 촉각, 후각 등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메뉴 개발을 위해 엄태준 셰프는 기록을 생활화한다. 어디에 가든지 휴대폰 메모장을 켜 두는 것이 그의 습관이다. 가족과 외식을 하다가도 특이한 식감이나 재미난 요리가 있으면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둔다. 그는 “쌓아둔 기록을 갈무리한 뒤에 메뉴가 서로 겹치지 않게 14개 코스를 짠다”며 “최근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식재료를 구하기는 더 까다로워졌지만 그럴수록 한국 식재료와 제철 재료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식은 일종의 연극 공연”
20~30대 소비자가 높은 가격의 파인 다이닝을 소비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엄 셰프는 “경험의 산물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파인 다이닝은 연극 공연의 일종”이라며 “비싼 음식으로 국한하지 않고 예술의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형 레스토랑보다 작은 레스토랑이 부상한 것 또한 소비자들이 개성과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식을 예술이라고 보는 엄태준 셰프는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의 일 근무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 미덕인 요리업계의 관행을 부순 것이다. 하루 25명의 손님을 상대하기 위해 17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엄 셰프는 “체력적, 심리적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요리를 하고 서빙을 하면 고객 만족도는 자연히 높아진다”며 “고객들이 음식을 맛본 뒤 부모님이나 연인과 재방문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엄태준 셰프는 컬리가 개최한 ‘미쉐린 스타 하트 위크’에서 요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일 멘토링을 진행했다. 조리과학고 재학생, 진로고민이 한창인 중학생 등 8명의 멘티들이 그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졌다.


엄 셰프가 강조한 것은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요리에는 독보적인 천재가 없기 때문에 함께 요리하는 팀까지 소중히 여겨야한다고도 당부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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