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이 열리면서 전 세계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랜만에 다시 만난 외국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경기에 '구세주'가 될 줄 알았던 관광객들의 '비(非)매너'에 현지인들이 곤욕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 어서 오라던 홍콩서 "너무 시끄럽다" 불만 폭발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관광객 유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홍콩은 지난 3월부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총 50만장의 무료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는 월드 오브 위너스를 진행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그러나 홍콩 내에서는 갑자기 들이닥친 관광객들을 향해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들이닥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향해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은 더 많은 관광객을 원한다. 단지 '좋은 매너'를 가진"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저가 패키지로 도착하는 관광객들에 대해 대중은 환영이 아니라 무례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한 부동산 중개업자 니키 람은 일부 관광객들이 자신의 사무실 앞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화장실과 냉수를 허락도 없이 쓴다고 하소연했다. 람은 "그들은 너무 시끄럽다"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인데 음식점을 추천해달라고 갑자기 들이닥친 관광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람과 같은 현지인은 한둘이 아니다. 친중파 의원들로 가득한 홍콩 입법부의 일부 의원들조차 인내심을 잃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킷슨 양 의원은 최근 입법 회의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도시에 밀어닥친 관광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좋은 질의 관광객 그룹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日에서도 "한국계·중국계 무례함에 골치"
일본 3대 시사주간지 '슈칸신초'(週刊新潮)의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지난 9일 "해외 관광객 증가로 관광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권 가나가와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가마쿠라에 사는 한 여성은 이 매체에 "한국이나 중국계가 많은 것 같은데, 그들의 무례함에 골치가 아프다. 페트병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 단지 화단에 소변을 보기도 한다. 아파트 관리인도 처음에는 신경을 쓰더니 요즘은 완전히 포기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국계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한밤중에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싸운 적도 있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가마쿠라 시청의 위탁을 받은 한 경비원은 "경찰관이 순찰을 하기는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며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다니지 마세요', '화단에 올라가지 마세요'라고 관광객들에게 소리치지만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고 전했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센소지(淺草寺)가 있는 대표적 도심 관광지 아사쿠사의 중심거리 나카미세도리도 시야가 막힐 정도로 사람들로 붐비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비매너에 점주들 사이에서 불평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센소지 근처의 한 카페 주인은 음식을 사람 수만큼 주문하지 않고, 외부에서 가져온 감자 칩을 먹거나 가게 안에 '촬영 금지' 안내도 무시하고 멋대로 사진을 찍는 등 관광객에 대한 불평을 쏟아냈다.
韓서 中관광객 부부가 숙소에 앙심 품고 물 120톤 쓰기도
한국에서도 최근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면서 비매너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으로 들어온 관광객 수는 약 62만명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13% 폭증한 수치다.
지난 4월 한국에서도 한 중국인 관광객 부부가 공유 숙박 앱으로 서울에 있는 숙소를 머문 후 5일간 물 120톤을 사용한 후 출국해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스트(SCMP)에 따르면 이 중국인 부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25일간 장기 예약한 이들은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결제했다. 숙소가 서울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들은 주인에게 예약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고, 주인이 이를 거절했다.
이후 이들은 에어비앤비 계정 이름과 국적을 바꾸고 숙소 안 폐쇄회로(CC)TV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모든 수도꼭지의 물을 틀었다. 조명 등 모든 전기 제품도 켜놓고, 외출 시에도 창문을 열어두고 보일러를 작동시킨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 결과 가스 요금 64만원, 수도와 전기요금 20만원 등 공과금이 84만원이나 나왔다. 숙소 주인 이모씨는 이들 부부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되레 "계속 문제 삼으면 중국 대사관에 연락할 것"이라고 적반하장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에어비앤비 측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기물 파손이 아닌 이상 공과금은 손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