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때 유명 감독에게 성희롱당했다"고 고백하며 프랑스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아델 에넬(34)이 "성범죄자에 대한 안일한 대응"을 문제 삼으며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아델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텔라라마에 서한을 보내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계에서 물러난다"며 "프랑스 영화계가 성범죄자들을 벌하는 데 실패하고, 성범죄 피해를 알린 여성들을 배척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아델은 "이 세계의 인종차별적인 질서와 이를 협력하는 방식을 비난하기로 결정했다"며 은퇴 선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들은 피해자들이 시끄럽게 떠들기보다는 우리가 계속 사라지고, 조용히 죽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대중과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제라르 드빠르디유, 로마의 폴란스키, 도미니크의 부토나트 등 미투로 고발당했지만, 여전히 프랑스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프랑스 국민 배우라는 칭호를 받았던 제라르 드빠르디유는 13명의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발당했음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미성년자에게 성범죄자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도미닉 부토나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후에도 프랑스 최대 영화 기관 CNC 책임자로 복귀했다.
아델은 "나는 내 몸과 성실함 외에 다른 무기가 없다"며 "당신들은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누리고 있지만 내 세계에서 당신들의 권력자들을 몰아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아델은 2002년 13세의 나이에 영화 '악마들'로 데뷔했고, 여우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에는 세자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20년 아델은 자신의 데뷔작 감독인 크리스토프 뤼비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그해 열린 세자르 시상식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수상자로 호명되자 "프랑스의 수치"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이후 2020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이렇다 할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