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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연기된 전기료 인상…정치가 좌우하는 요금 결정 구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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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반 가까이 미뤄진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가 다시 연기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내일(12일) 한국전력이 자구 노력 비상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며,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조정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지난해 적자는 32조원에 이른다. 매일 지급하는 이자만 40억원에 달할 정도다. 부실 경영에 책임 있는 한전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정부 압력 때문에 전기료를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경영진이 그동안 얼마나 비상한 각오로 경영 효율을 꾀해왔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한전 위기는 자구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요금 정상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요금 현실화를 미룰수록 국민이 갚아야 할 이자 부담만 늘어난다.

이처럼 한전이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고 가격 결정 때마다 진통을 거듭하는 배경엔 ‘요금의 정치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임 정부는 탈원전 정책 탓에 전기료가 올라간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5년 내내 전기료를 꽁꽁 묶었다. 이후에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가격을 누르는 행태는 거듭되고 있다. 2021년 1월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 결과 국제 에너지 가격은 소비자에게 에너지 소비를 줄이라는 경보를 요란하게 울려대지만, 국내 전기 사용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한전은 제때 대금 결제를 못해 협력업체가 문을 닫는 등 전력 생태계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송·배전 등 전력망 투자가 끊겨 블랙아웃(대정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전의 민간 주주 희생은 말할 것도 없다.

매번 여론을 살펴 요금을 ‘찔끔 인상’하는 식으로는 한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정치 개입을 막고 원가와 수요에 연동하는 가격 체계를 구축하는 게 근본 처방이다.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생태계가 무너져 ‘전력 안보’를 위협받기 전에 서둘러 전기료 정상화와 함께 시장 기반의 요금체계 확립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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