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옵션 만기일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변동성이 변수로 남아있지만 증시를 짓누르던 인플레이션 악재가 사라진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피 상승 출발 예상
CPI 발표 후 미국 나스닥 지수가 상승 마감한 것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1일 코스피지수가 0.3%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증시가 장 후반 알파벳의 급등에 힘입어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며 나스닥의 상승폭이 컸던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물가 안정이 진행되며 최근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줬던 요인 중 하나가 해소된 점도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며 "여기에 마이크론이 약세를 보였으나 ASML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 업종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알파벳의 힘으로 여타 반도체 업종이 상승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0% 강세를 보인 점도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일 국내 증시는 옵션 만기일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현선물 수급 변동성이 출현할 수 있음에도 4%대에 진입한 미 CPI 결과에 따른 나스닥 강세로, 원달러 환율 역외 급락(-9원) 등 증시 친화적인 재료들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다만 CPI 효과가 국내 증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4월 중순 이후 국내 증시는 방향성 없는 오리무중 장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당분간 실적 중심의 개별 종목 장세가 지속된다는 의미로 지수보다는 업종과 기업에 계속 집중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대 CPI...나스닥 상승 마감
10일 뉴욕증시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0.48포인트(0.09%) 하락한 33531.33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8.47포인트(0.45%) 오른 4137.64를,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6.89포인트(1.04%) 상승한 12306.44로 장을 마감했다.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올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와 전월치인 5.0% 상승을 밑돌았다. 이날 수치는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CPI 발표 이후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0%를 넘어섰다. 물가 지표 발표 이후 미국 국채금리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는 데 시장이 안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알파벳의 경우 CPI 안도감과 함께 구글이 인공지능 챗봇 '바드'를 전면 오픈하면서 주가가 4% 이상 올랐다. 아마존 주가는 3% 이상 올라 7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 21일 이후 가장 오래 연속으로 상승한 것이다.
구글, AI 챗봇 바드 전면 오픈
구글이 10일(현지시간)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인공지능 챗봇 '바드'(Bard)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80개국에서 전면 오픈했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엠피씨어터에서 개최한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오늘부터 바드 이용을 위한 대기자 명단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바드 전면 오픈은 지난 3월 출시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출시된 오픈AI의 챗GPT와 본격적인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바드에는 이날 공개한 구글의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LLM) 팜2(PaLM)가 탑재됐다. 팜2는 작년 4월 선보인 팜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5천30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바탕으로 과학과 수학에서 추론도 가능하고, 코딩 작업도 한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바드는 이를 토대로 이날부터 한국어와 일본어 지원을 시작했다.
프랑스 명품주보다 반도체주 택한 서학개미들
최근 1년여간 이른바 '서학개미'가 프랑스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등 명품 소비재 기업이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11일 삼성증권이 고객들의 유로넥스트 파리(파리 증권거래소) 순매수 상위 종목을 집계한 결과 1위는 차량용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 나타났다.
2022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순매수 규모는 8억8673만원으로, 2위 크리스챤디올(4억8278만원)보다 많았다.
3위는 구찌 모회사인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케링(4억1594만원)이 차지했으며 4위는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HSBC EURO STOXX 50 UCITS ETF'(2억8369만원), 5위는 테슬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Levshares 3X TESLA ETP'(1억6145만원)로 나타났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국내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진 않으나 전기차에 투자하는 주주들에겐 친숙한 회사다. 테슬라에 납품하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관심이 높으며, 본사는 스위스에 있다.
상장 중기 절반 영업적자 수렁
코로나19 특수 소멸에 경기둔화, 원가부담 지속 등으로 상장 중소기업 중 절반가량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거시경제 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업적자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1일 '22년 4분기 상장 중소규모 기업 실적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인 비금융 상장 중소규모 기업 700개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매출액은 12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그러나 영업손익은 1567억원 적자로, 영업이익률은 -1.3%였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74억원, 영업손익은 2억2000만원 적자였다.
상장 중기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29.2%로 역사적 고점을 찍은 뒤 2분기 17.7%, 3분기 15.6%, 4분기 12.2%로 둔화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7.1%에서 2분기 3.2%로 낮아진 뒤 3분기(-0.1%)와 4분기( -1.3%)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전체 비금융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저하되는 추세는 유사하나, 거시경제환경과 업황 변화에 민감도가 높은 중소규모 기업 실적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