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가 중국에 이어 전 세계적인 제조업 기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9일(현지시간) 이처럼 보도했다. 전 세계 기업들은 미·중 분쟁에 따른 위험(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시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에 투자를 늘리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가장 적합한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도, 노동 인구·내수 시장 규모 비슷
인도뿐 아니라 베트남, 멕시코,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여전히 '차이나 플러스 원'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과 비슷한 규모의 노동 인구와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유엔인구기금(UNFPA)은 올해 중반 인도 인구(14억2860만명)가 중국(14억2570만명)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유엔 경제사회처(DESA)는 지난달 말 역전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인도는 과거 영국 식민지로 영어 소통이 일정 부분 가능하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서방 기업도 선호하는 모습이다. 인도 정부 역시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인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은 인도의 기술 허브 벵갈루루시 외곽 데바나할리에 120만㎡ 규모 토지를 매입했다고 최근 밝혔다. 애플은 지난달 18일 뭄바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20일에는 뉴델리에 2호점을 개점했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현지를 찾는 등 인도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터빈 제조업체 중 하나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는 2021년 인도 스리페룸부두르에 공장을 2곳을 새로 지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가 반복되자 생산기지를 다양화 한 것이다. 베스타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에서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의 도시인 스리페룸부두르의 산업 단지에도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이곳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산업단지는 중국의 대안 생산기지로 떠오르며 자동차와 가전제품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장난감,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도, 글로벌 공급망 부족·낙후된 인프라 등 발목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여전히 세계의 공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인건비가 상승했고, 기술 이전 등 논란이 일면서 그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장벽도 생겼다.물론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인도는 중국만큼 글로벌 공급망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숙련된 노동자가 적다. 중국처럼 먼 거리를 이동해 공장에서 일하기를 꺼려해 인구 대비 노동력도 부족한 편이다. 인프라는 낙후되어 있고 규제가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조금씩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수출은 2021년 기준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멕시코와 베트남 등 다른 신흥 시장의 규모를 모두 뛰어넘었다.
인도 수출에 가장 큰 부분은 전자제품이 차지했다. 2018년 이후 올 3월까지 전자제품 수출액은 3배 증가한 230억 달러에 달했다.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인도는 2016년 전 세계 스마트폰 단말기의 9%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1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중앙은행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인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연평균 420억 달러로 10년 동안 두 배 증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