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열풍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이 미국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실적발표에서도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올해 많은 기업의 주가는 AI 기술로 희비가 엇갈렸다. AI의 머신러닝을 구동하는데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주가가 올해 100%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미 온라인 교육업체 체크(Chegg)는 챗GPT로 인해 고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60% 넘게 빠졌다. 월가 투자자들은 AI 발전이 기업 및 산업, 현대 비즈니스까지 모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163배에 달하고, MS와 알파벳은 각각 33배, 24배 수준으로 높다. 그만큼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다보니 AI 열풍은 미국 기업의 실적 컨퍼런스 콜도 장악했다. WSJ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알파센스 기준 올 들어 현재까지 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 세계 각 기업의 컨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를 언급한 것은 300회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문구는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S&P500 기업의 컨퍼런스콜에서 AI 또는 AI 동의어 언급량은 실적 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433건에서 올해 1분기 993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올해 2분기에는 1000건을 넘어섰다고 7일 보도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알파벳, 페이스북의 메타플랫폼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이 주로 AI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AI를 20여 차례 언급하고 이를 설명하는데 6분이나 시간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일 컨퍼런스콜에서 "AI의 잠재력은 크다"며 애플이 충돌 감지와 심박수 모니터링과 같은 기능에 머신러닝과 AI 기능을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애플 제품에 AI 기술을 접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인기다.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반적인 벤처투자가 저조하지만, AI 업계는 별다른 사업계획이 없는데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MS는 지난 1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하기도 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심플리에셋매니지먼트의 마이클 그린 수석 전략가는 "AI는 초기 구현에서는 과대평가돼 있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