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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공지능(AI) 개발을 주도하던 미국의 IT기업 IBM이 AI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기존에 개발하던 왓슨을 통해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기성 IT기업이 잇따라 AI 개발에 주력하며 개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IBM은 9일(현지시간) Think 2023 컨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X'를 공개했다. 기존에 개발하던 AI 모델인 왓슨을 개량했다. AI 개발 스튜디오, 데이터 저장 및 거버넌스 도구 키트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왓슨X는 AI 전환을 원하는 기업에 맞춤형 기능을 지원하는 기능에 특화됐다. 왓슨X 플랫폼 안에는 수 천여개의 AI 학습 데이터가 구비됐다. 사용 기업은 이를 통해 AI를 학습시키고 개조한 뒤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게 됐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초 모델인 왓슨을 개량하며 사업용 AI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며 "기업 경영자들은 왓슨X를 활용해 데이터를 통제하고, 전체 사업에 맞춤형 AI를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BM은 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와 손잡고 오픈소스 AI 모델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를 왓슨X 플랫폼에도 적용한다. 허깅페이스는 2016년 설립된 뒤 AI 개발용 플랫폼을 내놓으며 지난해 기업가치가 20억달러로 치솟은 스타트업이다.
시장에서는 IBM이 AI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IBM은 AI 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 1996년 IBM은 슈퍼컴퓨터 '딥 블루'에 체스를 학습시킨 뒤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다. 딥블루를 기반으로 자연어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인 '왓슨'을 개발했다. 2011년에는 미국의 인기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왓슨은 인간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AI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개발 비용에 비해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아서였다. 2017년 IBM은 왓슨을 활용해 의료산업에 뛰어들었다.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암 정복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의료 데이터는 예상보다 복잡했고 왓슨의 학습 속도는 더뎠다. 의사와 병원은 불완전한 모델을 채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IBM은 의료용 AI 사업부 '왓슨 헬스'를 10억달러를 받고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10여년간 개발에 든 비용의 10%도 회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오픈AI가 챗 GPT를 내놓으며 AI 열풍이 불자 IBM도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공략하러 나섰다는 관측이다. 기업에 특화된 AI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공급망 관리, 사이버 보안, 클라이언트 관리 등의 영역이 AI 플랫폼으로 통합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SAP를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왓슨X를 도입할 계획이다.
크리슈나 CEO는 "왓슨X는 반복적인 경영지원 업무를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올해 기업에 도입되고 난 뒤 3~5년 뒤면 완전히 시장에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