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전승절을 맞아 "우리의 조국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러시아의 적들은 우리의 붕괴를 바란다"며 "그들은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국제 테러리즘을 물리쳤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돈바스 국민을 지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명이 결정적인 전환점에 섰고 지구상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평화와 자유, 안정의 미래를 바란다"며 "어떤 우월적 사상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적으로 '특별 군사 작전'으로 지칭해왔다.
지난해 12월22일 국무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군사적 충돌의 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긴 하나, 전승절을 맞아 이례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전쟁'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앞두고 불리한 전황을 뒤집기 위해 '특별 군사 작전'을 '공식적인 전쟁'으로 변경하고 추가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전쟁' 규정을 두고도 추가 동원령 발동을 위한 수순 밟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쟁이 공식적으로 선포되면 계엄령을 통해 국가 전체를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동원체제에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2차 세계대전에서 옛 소비에트연방의 역할을 강조하며 다시금 국민의 단결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비에트 국민들이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에서 행한 역할을 기억한다"며 "조국에 대한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방에 대해서는 "그들이 증오와 러시아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며 "그들은 누가 나치를 물리쳤는지 잊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