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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는 상륙했지만…'연 4.15%' 애플통장은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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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애플통장과 페이레이터, 캐시 등 다른 금융서비스의 국내 시장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법이나 제도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서다.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진출이 확대되면 국내 은행들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9일 한국은행은 금융결제국이 쓴 '애플사(社)의 금융업 진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애플 금융서비스의 국내 진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이슈를 점검했다.

애플은 미국을 중심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아이폰과 가맹점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통한 비접촉식 결제서비스로, 2014년 출시돼 현재 글로벌 1위 간편결제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현대카드와 제휴해 국내에도 도입됐다. 국내 유사 서비스로는 삼성페이가 있으나 결제데이터 전송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애플캐시는 제휴은행의 애플캐시 계좌 잔액을 이용해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온·오프라인 및 인앱결제), 개인 간 송금 및 은행 계좌이체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카드 사용 시 돌려주는 데일리 캐시를 적립하거나 아이폰 지갑에 등록된 직불카드 계좌에서 이체해 충전하면 된다. 제휴은행인 그린닷은행(Green dot bank)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 회원이기 때문에 잔액은 예금자보호 대상에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가 선불충전금을 통한 오프라인 결제, 개인 간 송금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카드는 애플과 제휴한 미 골드만삭스은행(GSBU)에서 발급을 지원해 아이폰지갑에 탑재하는 신용카드다. 일종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로, 애플은 플랫폼과 브랜드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카드발급 및 약정체결은 GSBU가 담당한다.

애플페이레이터는 수수료나 이자 없이 결제금액을 6주 동안 4번에 걸쳐 나눠 상환할 수 있는 선구매·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지난 3월 출시됐다. 신용카드에 비해 이용한도 및 지급 기간이 제한적이나 신용평가가 엄격하지 않아 저신용 소비자도 무이자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포용의 성격이 있다. 국내 유사 서비스로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플리카(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가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애플이 GSBU와 제휴해 내놓은 애플통장은 애플카드 이용자만 가입할 수 있는 저축예금 계좌다. 이자율이 지난달 17일 기준 연 4.15%로 시장평균금리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데다 계좌 개설에 따른 수수료와 최소 예금유지 조건이 없어 출시되자마자 큰 관심을 모았다. 역시 GSBU에 의해 제공·관리되므로 연방예금보험공사 예금자보호 대상에 들어간다.

애플의 이같은 금융서비스는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한국에 도입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한은 금융결제국의 판단이다.

우선 애플의 해외 진출 의지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페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나머지 애플 금융서비스는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 중이며 타국가 진출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플이 애플페이 외 나머지 금융서비스로 국내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제도적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애플통장의 경우 국내에도 유사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이 있다. 지난해 9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 등록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통장도 국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절차가 필요하며, 이 경우 통장계좌 발급수 제한, 지정기간 등의 여러 제약조건 하에서만 영업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종의 후불결제인 애플페이레이터 역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사한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등은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 허가 없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 때문이다.

애플캐시의 경우 선불충전금을 통한 재화와 용역 구매 등 간편결제 서비스 구조를 갖고 있어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등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애플카드의 경우 국내에 이미 다양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보급돼 있고, 신용카드와 결합된 애플페이 서비스도 시작된 만큼 국내 카드발급사와 제휴하면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미 애플페이를 도입하고, PLCC 서비스에도 적극적인 현대카드가 애플과 제휴해 애플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의 핀테크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애플 금융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애플페이 사례처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에 대한 높은 선호도 등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금융안정 위험, 독과점 심화, 금융소비자 보호 약화 등 빅테크 관련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사회적으로 규제강화 요구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빅테크에 비해 규제상 역차별을 주장하는 은행권에서는 오히려 금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를 쟁점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빅테크가 지급결제제도와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중앙은행의 공동검사권 확보. '시스템적 중요성이 큰 빅테크 지급서비스'에 대한 감시체계 마련 노력을 지속하고, 국제기구 및 주요국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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