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자국 산업을 육성해 바이오 경제 시대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위한 핵심 전략 분야 중 하나로 합성생물학을 꼽았다.
○합성생물학 육성 나선 각국 정부
한국 정부도 지난해 10월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성장과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선정한 12개의 국가전략기술에 합성생물학을 비롯한 첨단바이오를 포함했다. 합성생물학은 기존 생명체를 공학적으로 활용하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기술이다. 기존 바이오 연구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속도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있어 제약 에너지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미 일정 중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찾아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인류 삶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듯 합성생물학의 주도권은 바이오 패권을 넘어 글로벌 기술패권을 다툴 수 있는 게임체인저 중 하나다.
기술패권 시대에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단순히 미래 기술 확보를 넘어 안보, 통상 측면에서의 전략기술 확보와 이를 위한 국가 간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보스턴을 찾아 디지털 바이오와 합성생물학 분야 석학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고, MIT측 참석자는 한국·보스턴 바이오 허브 동맹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선진국과의 협력은 현재도 유효하다. 기술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첨단바이오 글로벌 트렌드를 국가전략기술과 생명공학 육성에 빠르게 접목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명연-LBNL 바이오 파운드리 맞손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바이오파운드리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합성생물학 모든 과정을 표준화·고속화·자동화하는 기술이다.국내에서도 바이오파운드리 관련 통합 운용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연구개발 속도를 다섯 배로 높이고, 인공 세포 설계와 제작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두 기관의 전략적 파트너십엔 바이오제조 기술 및 공정 개발 분야의 협력 추진, 인력 양성 등 다양한 교류가 포함됐다. 향후 생명공학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서의 합성생물학과 유전자 합성, 편집 등의 상용화뿐 아니라 규제, 바이오 안보 등에 대해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생명연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성명’의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달 중순 국내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과학기술 공동위원회’에 참여해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미 합성생물학 공동 콘퍼런스’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2021년 기준 글로벌 바이오시장은 2조1000억달러 수준이다.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글로벌 3대 산업의 시장 규모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다. 국내 바이오시장도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을 통해 양적 성장을 지속해 48조3000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에 비해 1.9%에 불과하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기술 동맹은 앞으로의 바이오를, 그리고 우리나라 전략기술을 선진국 반열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더욱 조속히 닿을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국내 합성생물학과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강화와 두 나라 간 실질적 산학연 협력으로 이어져 ‘2030년 글로벌 바이오 강국’ 실현에 날개를 달아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