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털털하고, 노래도 잘한다. 차기작 촬영을 위해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까지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화려한 비주얼, 박유나는 영화 '롱디'에서 김태인이 스크린을 뚫고 그대로 튀어나온 듯했다.
'롱디'는 5년차 커플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후 의도치 않은 인연에 휘말리면서 펼쳐지는 갈등과 위기를 담았다. 국내 최초 100%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제작됐고, 스크린라이프 장르의 교과서라 불리는 영화 '서치' 제작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박유나는 한 번의 길거리 공연만으로 도하의 마음을 뺏어 버린 밴드 연신굽신의 보컬 태인 역을 맡았다. 태인은 끼와 재능을 갖췄지만,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태인은 서른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연애도, 일도, 꿈에 대한 고민도 모두 열심히 하는 청춘이다.
박유나는 극 중 태인이 부르는 노래를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가 하면, 도하 역의 배우 장동윤과 티격태격 로맨스를 펼치면서 극의 중심축을 담당한다. 붉은 브릿지를 넣은 인디 밴드 보컬의 화려한 스타일링부터 부모님 일을 도우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동시에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까지 박유나는 태인의 외모뿐 아니라 변화하는 내면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박유나는 "이런 촬영 방식도, 달달한 로맨스도 모두 처음 했던 경험"이라며 "새롭고 신선했고, 시사회를 본 가족과 지인들도 재밌게 봤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맨날 누굴 짝사랑하거나 질투하는 설정이었어요.(웃음) 간질간질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동윤 오빠가 잘 리드해줬어요. 낯을 가려서 처음 본 사람 앞에서는 말도 잘 못 하는데, 제임스 한 역을 맡은 고건한 오빠랑 저랑 불러서 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얘기도 많이 했고요."
스크린라이프 형식 때문에 극 중 태인과 도하는 영상 통화를 주로 하는데, 박유나와 장동윤 역시 "영상 통화를 하며 대본을 맞춰봤다"고. 장동윤이 "대본 피자"라고 말하면 같이 대본을 펼쳐 놓고 각자의 대사를 읽고, "수고했어, 들어가"라고 하면 영상 통화를 끝냈다는 후일담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게임을 함께 하며 더욱 친해졌다"는 설명이다. 주기마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고, 쉴 땐 밤이 샐 때까지 집중하는, 게임에 '진심'인 박유나였다. 그러면서 "요즘 총 게임에 빠져 있다"면서 "액션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롱디'에서 박유나는 핼러윈 파티에서 술에 취해 다른 여자와 동영상이 찍힌 도하의 등짝을 사정없이 그가 들고 온 꽃다발로 내리치는데, 연출자인 임재완 감독에게 "몸을 잘 쓰고, 액션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받기도 했다.
"2년 동안 걸그룹 연습생을 하면서 춤연습도 하고,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고 고백하던 박유나는 "데뷔 후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그럴수록 저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이 느껴진다"면서 배우로서 멈추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박유나는 2015년 KBS 2TV '발칙하게 고고'로 데뷔한 후 '만찢녀'(만화를 찢고 나온 여자)라는 찬사와 함께 tvN '비밀의 숲',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SKY캐슬', 디즈니 플러스 '너와 나의 경찰수업'까지 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소화했고 지금도 이미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새 드라마 '스피릿 핑거스'에 캐스팅돼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박유나는 "아직은 성장하는 단계"라면서 겸손함을 보였다.
"아직도 안 해본 것들이 많아요. 모든 장르를 다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 작품 속에서 박유나가 아닌 캐릭터로 인식이 됐으면 해요. '롱디'에서도 박유나 말고 태인과 도하의 성장 스토리에 관객들이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태인과 도하를 통해 각자의 연애, 갈등을 떠올리신다면 더 좋을 거 같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