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스파(aespa)가 확 달라졌다. 가상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온 이들은 밝고 에너제틱한 매력으로 가깝게 팬들에게 다가설 예정이다.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MY WORLD)'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진행은 이승국이 맡았다.
에스파의 컴백은 지난해 7월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걸스(Girls)'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신인임에도 꽤 긴 공백기를 가졌던 에스파는 오랜만의 컴백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컴백 무대를 선보인 이들은 연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없이 나오는 에스파의 첫 앨범이라 이들이 전개할 새로운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상황.
앞서 이 전 총괄은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보유 중인 SM 지분을 경쟁사인 하이브에 대거 넘겼다. 이 일로 SM 일선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에스파는 이 전 총괄이 데뷔 때부터 '메타버스 걸그룹'이라는 콘셉트 아래 공들여 기획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성수 전 SM 대표는 이 전 총괄이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에스파의 음악에 녹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이로 인한 의견 대립이 생기며 컴백이 미뤄지고 에스파가 속상해했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던 바다.
카리나는 "팬분들에게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항상 최선을 다한다. 10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린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에 정말 열정도 많고 자신도 있다.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앨범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공백기가 긴 만큼 우리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습과 운동을 열심히 하고, 멘탈적인 부분도 관리했다. 멤버들끼리 으쌰으쌰했고, '팬분들이 기다리는데 열심히 해보자'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젤 또한 "너무 오랜만에 나오는 거라 최선을 다해 마이(공식 팬덤명)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마이 월드'는 가상 공간인 광야(KWANGYA)에서 '리얼 월드(REAL WORLD)'로 돌아온 에스파 멤버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다. 세계관 시즌2 스토리의 포문을 여는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카리나는 "빌런은 안 나올 것 같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만큼 리얼 월드에서의 에스파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거다. 나이비스가 현실 세계로 초대해서 오게 된 건데 '이상 현상'들이 계속된다. 하지만 빌런은 안 나온다. 이러한 이상 현상으로 세계관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앨범은 선주문량 180만장을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탔다. 이는 전작인 '걸스'의 선주문량 161만장을 넘어선 자체 최고 기록으로, 에스파는 2연속 밀리언셀러를 예고했다.
윈터는 "180만장이라는 걸 여기서 처음 알게 됐다. '걸스'를 기대한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앨범도 좋은 성적을 거두게 돼 영광스럽다. 많이 사랑 받은 만큼 더 노력하는 에스파가 될테니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마이 월드'에는 타이틀곡 '스파이시(Spicy)'를 비롯해 에스파의 세계관에서 조력자로 등장한 나이비스(naevis)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된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 강렬한 댄스곡 '솔티 & 스위트(Salty & Sweet)', 감미로운 보컬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조화로운 '서스티(Thirsty)', 시크하면서도 몽환적인 보컬이 매력적인 팝 곡 '아임 언해피(I'm Unhappy)',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은 발라드곡 '틸 위 미트 어게인(Til We Meet Again)'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타이틀 곡 '스파이시'는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와 다이내믹한 비트가 돋보이는 댄스곡이다. 가사에는 자유분방한 에스파의 매력을 담았으며, 그간 들려줬던 강렬한 음악과는 또다른 새로운 분위기로 멤버 각각의 개성 넘치는 보컬과 발랄하고 영(young)한 에너지가 돋보인다.
닝닝은 "이제껏 우리가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타이틀곡이다. 처음 보는 에스파의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지젤도 "저희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여름에 딱 잘 어울리는 분위기로 에스파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간 강렬한 기계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파격적인 콘셉트의 SMCU(SM Culture Universe)를 소화했던 에스파의 '변신'이 이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대중적인 사운드에 '에스파 표 하이틴'으로 콘셉트 장벽도 한층 낮췄다.
닝닝은 "에스파는 양면성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전투적인 노래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여름에 어울리고, 귀엽고, 대중적인 노래를 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걸 시도하려고 한다. 시도하는 것도 좋고 두렵지 않다. 다들 좋아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카리나는 "우리가 주로 가상 세계인 광야에서 활동했다. 블랙맘바를 무찌르느라 전사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리얼 월드로 와서 하이틴스럽게 표현해봤다. 캠퍼스에 있는 듯한 착장으로 영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놀면서 촬영했고,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찍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에스파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첫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오사카, 도쿄, 사이타마, 나고야까지 일본 4개 지역에서 첫 번째 일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는 8월에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에 입성한다. 닝닝은 도쿄돔 입성에 대해 "너무 영광이다. 코로나19 시기에 데뷔해서 직접 팬분들과 만난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길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카리나는 "원래 코첼라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너무 좋은 기회로 데뷔 초반에 서게 됐다. 그때도 우리끼리 '우리 진짜 놀러가는 거 아니고 무대하는 거 맞냐'고 할 정도로 꿈의 무대였다. 개인적으로는 도쿄돔이 그런 무대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SM 연습생들의 꿈이 'SM타운 콘서트'다. 우리도 언젠가 'SM타운 콘서트'를 하겠지 생각했는데 수원과 일본에서 했고, 그때 도쿄돔에도 올랐다. 이제 단독으로 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감회가 새롭다"고 고백했다.
정규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지젤은 "정규앨범도 예정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스파이시'도 에스파의 새로운 느낌인데, 다음 곡도 아예 다른 느낌이다. 한번도 보지 못한 에스파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는 곡이라 듣기도 좋다. 많이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윈터는 "예전부터 정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상당하다. 이 곡도 어마어마해서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끝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윈터는 "우리가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만 담다가 이렇게 신나는 곡을… 한이 좀 맺혀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한껏 한을 풀어보는 게 목표다. 무대에서 한이 다 풀릴 때까지 노는 게 목표"라고 강조하고는 "올 한해, 아니 평생 '스파이시', 에스파와 함께 여름을 뜨겁게 보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리나는 "우리에겐 '스파이시'라는 곡이 너무 소중하다. 오랜만의 컴백이라 아끼는 마음에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이 시간도 소중하고, 팬분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다. '스파이시'로 많은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 '스파이시'로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에스파의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는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