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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은행 부문 주가 폭락세로 미국 증시가 당분간 약세장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상 금융(Financial) 부문에 속한 종목들만 추려 산출한 ‘금융 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수준을 밑돌기 직전까지 하락했다고 8일 보도했다.
S&P500 금융지수는 지난 5일(현지시간) 종가 536.83으로 전일 대비 2.44%(12.83) 상승 마감했지만, 연초 때와 비교하면 5.78% 내린 상태다. 에너지 부문(-8.21%)을 제외하면 주요 섹터 중 하락률이 가장 높다.
S&P500 금융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로 폭락한 뒤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2021년 1월부터는 2007년 고점 수준인 500을 꾸준히 상회했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최근 들어서는 미 지역은행들의 줄파산으로 하락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지난 한 주 동안 팩웨스트뱅코프 -43%,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는 -27% 등 중소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주가 하락은 은행들로 하여금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규모를 더욱 줄이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지난 14개월간 지속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사이클로 이미 거세진 경기침체 우려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펀드운용사 로펠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 짐 로펠은 “S&P500 금융 지수가 2007년 고점 아래로 내려간다면, 주식시장 전반에 불길한 신호”라면서 “은행 주식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중에는 강세장이 나타날 수 없다. 올림픽 선수의 다리에 모래로 만든 블록이 달라붙어 있는 격”이라고 짚었다.
폭락했던 은행주들이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당장 매수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뉴욕증시에서 팩웨스트뱅코프 주가는 80% 이상 치솟았고, 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도 50% 가까이 올랐다. 이를 두고 공매도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라퍼 텐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텐글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 은행주를 매수하기에 현명한 시점은 아니다”며 “떨어지는 칼은 떨어지도록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의 지속가능한 상승세가 유지되려면 궁극적으로 금융 부문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드바이저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스콧 코일러 최고경영자(CEO)는 “S&P500지수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지수가 3600 이하까지 내려간 이후에야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