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은 ‘국제화’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신본관에서 만난 이기정 총장은 “서울 상위권 대학들도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를 피해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글로벌 대학과의 경쟁에 치이는 국내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국제화 사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3년간 국제처장으로 일하며 외국인 유학생 수를 크게 늘린 국제화 전문가다운 진단이었다.
글로벌 시대 한국 대학의 경쟁자는 더 이상 한국 대학만이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국내와 해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국내 우수 인재들이 SKY(서울·고려·연세대) 대신 아이비리그 등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학령인구 급감까지 더해지며 한국 상위권 대학들도 국내에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석·박사로 진학하는 사례가 많아 연구인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논문 숫자만 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기여를 알 수 있다”며 “글로벌 석·박사 연구인력 유치를 위해 지원사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학과의 공동 연구도 단기간에 연구력과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꼽았다. 대학 연구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피인용 지수’는 대학 내 자원으로만 연구했을 때보다 해외 대학과 공동 연구했을 때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해외 연구자와 공동 연구팀을 구성하면 특별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교원별 연구 성과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피인용 지수 상위 점수를 받은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동기 부여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로는 ‘등록금 동결’을 꼽았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인하·동결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2유형)을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를 사실상 억제해오고 있다. 이 총장은 “선진국 대학들이 안정적인 재원으로 교육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동안 국내 대학들은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수준의 등록금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서울 주요 대학도 연구비, 외부 발전기금,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위권 대학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지역대학 위기가 대두되면서 정부 정책이 비수도권 대학 위주로 설계돼 되려 수도권 대학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교육부가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도입하며 링크(LINC·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를 중단하면 기존에 수혜를 보던 한양대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다. 이 총장은 “지역대학에 재정 지원을 확실하게 하되, 수도권 대학에도 세계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임기 중 학생들이 폭넓은 학문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전공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전공 수업도 자유롭게 듣고 졸업 시 학점으로 인정받는 등 학생 스스로 유연하게 학업 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과생 소외 현상을 막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을 통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이 총장은 “미래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도록 다양한 전공을 오가며 넓은 시야를 갖춘 인재로 길러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