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란 얘기는 정찬민(24·사진) 같은 선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키 188㎝, 몸무게 120㎏이 뿜어내는 힘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뷔 첫해인 지난해 장타 부문에서 1위(317.1야드)에 올랐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아이언샷과 퍼팅이 무뎠던 탓에 톱10에 두 번 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찬민의 드라이버는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양날의 검’이었다. 8언더파 선두로 시작한 2라운드 1번홀(파4)에서 티샷이 OB가 되며 순식간에 2타를 잃었다. 그러자 정찬민은 ‘거리 욕심’을 버렸다. 반드시 드라이버로 쳐야 하는 홀이 아니면 우드나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것. 우승을 위해 자신의 최대 장점을 버린 것이다. 그는 “첫 홀에서 OB를 낸 뒤 드라이버는 가능하면 잡지 않았다”며 “단타자로 불려도 좋으니 우승하고 싶다. ‘장타자’가 아닌 챔피언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승부수는 통했다. 정찬민은 7일 경기 성남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197타를 친 그는 공동 2위 그룹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코리안투어 19개 대회 만에 거둔 생애 첫 우승이다. 우승상금 3억원을 챙긴 그는 단숨에 상금랭킹 1위(3억592만원)로 올라섰다.
정찬민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웬만해선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다. 7번 아이언으로 190m를 보낼 수 있는 그는 5번홀(파4)에선 아예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여유도 보였다. 타수를 줄인 것도 대부분 아이언 샷과 쇼트 게임을 잘한 덕분이었다. 첫 버디가 나온 3번홀(파3)에선 티샷을 약 1m 옆에 붙였다. 이글이 나온 4번홀(파5)에선 그린 옆 벙커에서 친 웨지 샷을 그대로 홀 안에 넣었다.
15번홀(파4)에서도 아이언으로 티샷한 그는 2위 그룹과 6타 차로 벌어지자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 하이라이트는 535야드짜리 16번홀(파4). 정찬민은 이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약 400야드를 보낸 뒤 가볍게 투온에 성공했다. 2m 버디 기회를 놓쳤지만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드라이버를 쥐며 ‘팬 서비스’와 함께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정환(32)은 10언더파 203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함께 2위에 오른 송민혁(19)이 아마추어 국가대표 신분이어서 상금을 나눠 갖지 않고 1억2000만원을 홀로 챙겼다.
성남=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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