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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확률' 뚫고, 홀인원·우승 다잡은 박보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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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업계에선 프로골퍼가 홀인원할 확률을 대략 ‘3000분의 1’로 잡는다. 실력보다는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1년에 두세 번 홀인원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평생 한 번도 못 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있다.

홀인원을 기록하면 당장 2타가 줄어드는 만큼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하지만 실제 홀인원한 선수가 그 대회에서 우승한 사례는 거의 없다. “우승에 써야 할 운을 홀인원에 다 썼기 때문”이란 우스갯소리는 이래서 생겼다.

실제 그랬다. 197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출범 이후 직전 대회까지 45년 동안 나온 홀인원 수는 358개. 이 중 해당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6명뿐이다. 확률로 따지면 1%를 조금 넘는다. 최종 라운드에서 홀인원한 뒤 우승한 선수는 4명이다.

박보겸(25)이 이 확률을 뚫고 우승컵을 들었다. 7일 부산 아시아드CC에서 열린 KLPGA투어 교촌레이디스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2라운드에서 홀인원 1개와 버디 4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으며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137타를 친 그는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정규투어 데뷔 후 60번째 대회에서 거둔 첫 승이다.

그가 대회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홀인원한 뒤 우승한 건 2013년 한화금융 클래식을 거머쥔 김세영(30) 이후 10년 만이다.

우승상금으로 1억4400만원을 받은 그는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2년 출전권’도 함께 챙겼다. KLPGA는 정규투어 상금 순위 60위 선수까지 출전권을 주는데, 박보겸은 한끗발 차이로 2021년(61위)과 2022년(66위) 연속 미끄러졌다.

이번 대회는 거센 비바람 탓에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 1라운드가 열린 지난 5일에는 절반가량이 경기를 마치지 못했고, 6일에는 2라운드를 일부만 진행했다. 결국 대회조직위원회는 54홀로 예정됐던 대회를 36홀로 축소 운영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정규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이 없는 김우정(25)이 4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고, 그 뒤를 역시 우승이 없는 박보겸과 허다빈(25)이 각각 3언더파로 추격하는 양상이 됐다. 그리고 재개된 2라운드에서 10번홀(파4)부터 출발한 박보겸은 첫 홀에서 보기로 미끄러지며 위기를 맞았으나 11번홀(파5)에서 곧바로 버디로 만회하며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파 행진을 이어간 박보겸에게 행운이 찾아온 건 16번홀(파3)이었다. 153야드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박보겸은 공이 그대로 홀 안에 빨려 들어갔다. 이 덕분에 5언더파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그는 홀인원으로 5000만원 상당의 고급 침대도 함께 챙겼다. 박보겸은 “맞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샷 거리를 믿고 자신 있게 친 게 적중했다”며 “중요한 순간에 첫 홀인원이 나와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상승세를 탄 박보겸은 3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옆 1m에 보내며 버디를 추가했다. 5번홀(파4)과 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더한 그는 한때 4타 차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7번홀(파4)에서 보기가 나왔지만, 승부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박보겸의 우승으로 올해 KLPGA투어 타이틀 경쟁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KLPGA투어는 올해 5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챔피언 이예원(20),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 챔피언 이주미(28),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챔피언 최은우(28) 모두 올 시즌 커리어 첫 승을 달성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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