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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시장에서 파생상품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유가 급등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원유 파생상품 매니저들이 지난주 매수 포지션을 19% 가량 청산, 6주만에 가장 큰 폭으로 유동성이 감소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주 WTI 순매수 포지션이 15만7047계약에 그쳤다. 시장 참여 척도인 미결제 약정에서 파생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3년 만에 최저치에 가까워졌다. 연중 같은 시기 기준으로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돌발 이벤트로 파생상품 손실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지난 4월 초엔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에 대규모 자금을 베팅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기습적인 감산 발표로 유가가 급등해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주에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초반엔 배럴당 63.64달러로 2021년 이후 최저치까지 내렸으나 돌연 상승세로 돌아서 71.34달러까지 반등, 숏 투자자들이 낭패를 봤다. 마이클 트랜 RBC캐피털 전무는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알고리즘 또는 모멘텀 기반 트레이더만 남겨두고 시장에서 대거 철수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동성 감소는 시장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생상품 투자는 수요와 공급 증감에 따른 가격 급반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생상품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더 잦아져 손실이 확대되고 다른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악순환 우려도 나온다. 칼리 가너 디칼리 트레이딩 연구원은 "유가가 63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 등 다른 시장도 연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