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8일 10: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코리아가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두면서 손상차손 폭탄을 맞았다. 작년 14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건물을 임차해 개별 기업에 재임대하는 위워크의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워크코리아는 지난해 12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997억원) 대비 매출이 23.3% 늘었다. 영업이익은 394억원으로 2021년(37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전정주 위워크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분의 우려와 달리 팬데믹 때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적을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민낯이 드러난다. 위워크코리아의 지난해 순손실은 1399억원에 달했다. 매출보다 손실 규모가 컸다. 1793억원에 이르는 영업외손익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작년에 이자비용으로 613억원을 썼다. 영업이익의 1.5배에 달하는 돈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셈이다.
지난해 발생한 사용권자산 손상차손도 9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은 위워크코리아가 임차해 운영하는 건물이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순현금의 가치가 장부상 금액보다 적을 때 발생한다. 쉽게 말해 위워크코리아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가 기대보다 돈을 못 벌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건물을 임차한 뒤 재임대해 수익을 내는 위워크의 사업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지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건물 임차 비용 부담이늘면서 공유오피스 사업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임차료 등 고정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구조도 한계로 지적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스타트업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공유오피스 수요는 줄고, 성장세도 꺾였다.
위워크코리아뿐 아니라 미국 위워크 본사도 위기를 겪고 있다. 위워크는 2019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매출을 웃도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장에 실패했다. 이후 스팩 합병을 통해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0.44달러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은 4300억원 수준이다. 2019년 상장을 추진하던 때 위워크의 몸값은 470억달러(약 62조원)까지 거론됐다.
위워크의 최대 주주이자 최대 채권자인 소프트뱅크의 손실도 막심하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에 10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위워크 기업가치 급락으로 2019년 4977억엔(약 4조9000억원)을 투자 손실로 상각 처리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