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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쏟아지면 뭐하나…언제든 제2의 빌라왕 나올 수도" [이송렬의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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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잖아요. 제2, 제3의 '빌라왕'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팀 팀장(36·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세 사기가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세시장 위험요소, 안 보였을 뿐 도사리고 있어"
'빌라왕'·'빌라의 신'·'건축왕' 등 전세사기 피의자들이 생겨난 배경엔 '무자본 갭투기'가 있다. 갭투기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집의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액(갭, Gap)이 적은 집을 골라 세입자를 들이고 남은 금액을 지불하고 집을 사는 행위다. 무자본 갭투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세입자에게 집값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매매·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자본 갭투기가 가능했던 것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100%인 집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역으로 전세사기에 활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비롯해 SGI서울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은 이달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췄다. 전세가율이 높은 집은 애초에 보험을 가입하지 못하게 해 사기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진태인 팀장은 "보증기관이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 방안으로 전세가율을 낮췄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비율을 50%까지 낮추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낮추면 낮출 수록 안전해지는 게 사실이지만 단기간에 급격하게 전세가율을 낮추게 되면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지는 등 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전세가율 안정화와 함께 전세 퇴거 대출 기준을 함께 완화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진 팀장은 "국내에 있는 대출 상품 가운데, 전세대출만큼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상품이 없다"면서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세대출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시장에 거품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대출 비율이 높으면 물론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전세대출이 일련의 전세사기에 악용된 만큼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큰 방향에선 맞다"며 "기준선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수준에 맞추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는 전세사기 뿐만 아니라 역전세난 등 현상이 빚어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진 팀장은 "2017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활황기가 현재까지 지속됐다면 역전세난, 깡통전세, 전세사기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활황기가 끝나고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대책 '전세 사기'만 초점…대비책 마련도 같이 돼야
문제는 시장에서 '전세사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른 이상 현상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는 "전세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로 전세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이 크다"며 "전세시장이 흔들리면 매매시장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셋값 하락→보증금 미반환→세입자 주거 안정성 악화'로 이어지는 전세시장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며 "임대차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집주인들에게 전세 퇴거 대출(생활안정자금)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팀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전세 시장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서울만 놓고 봤을 때 주택 유형별로 전세 시장 움직임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아파트 시장을 살펴보면 강남발 물량 공세로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다. 앞으로 강남 3구에서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외 지역은 상관 없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강남에서 시작된 '공급 폭탄'은 인근에 있는 다른 자치구로 확산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강남 입주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 장기적으론 2025년까지는 전세시장이 계속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피스텔, 빌라 등 아파트를 제외한 유형에선 이달부터 강화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전세 사기로 인한 선호도 하락 등으로 전세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며 "전세를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월세에 대한 선호도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태인 팀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2016년 롯데쇼핑에서 롯데마트 패션잡화 MD로 있었다. 2018년 집토스 부동산에 입사해 집토스 아카데미 중개사들을 교육하고 아파트 중개 사업도 이끌고 있다. 부동산 관련 유튜브와 언론 등에 출연하는 등 부동산 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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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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