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김갑수가 배우 박은빈의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수상 태도를 지적해 논란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 역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던 박은빈은 당시 진정성 있는 수상 소감으로 재차 감동을 안겼는데,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그에게 '품격'을 운운하고 타 배우와 비교까지 한 김갑수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한 김갑수는 백상예술대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하나만 쓴소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것은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이었다. 김갑수는 "거의 모든 수상자들의 멘트 80~90%가 누구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3시간짜리 시상식도 하나의 프로그램인데 감사 표현은 개인적으로 했으면 한다. 자기의 생각이나 작품을 할 때의 어려움, 앞으로의 생각 등 여러 가지 이야기할 것이 많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대상 수상자인 박은빈을 언급하며 "훌륭한 배우고 앞으로도 잘 할 거다. 그런데 울고불고 코 흘리면서"라며 눈물의 수상 소감을 지적했다.
김갑수는 "타인 앞에서 감정을 격발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배우이기 때문에 아끼는 마음으로 말한다"며 "호명이 되니까 테이블에서 무대에 나오기까지 30번 이상 절하면서 나온다. 여배우가 너무 꾸벅꾸벅. 이게 무슨 예의냐. 그러다가 자빠지고, 팡파레 터지니까 (놀라고), 나와서 엉엉 울고"라고 꼬집었다.
계속해 "품격이라는 것도 있어야 하고, 심지어 열여덟 살도 아니고 나이가 서른인데 송혜교 씨한테 좀 배우라. 우아한 모습이 송혜교였다. 대상 수상의 가치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시상식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표현하려 한 박은빈의 노력이 느껴지는 진정성 있는 소감이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김갑수가 말하는 감사 인사가 아닌, 과정에 대한 소회와 언급을 누구보다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는데 '품격', '여배우의 우아함' 등을 따지며 비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상식 당시 무대에 오른 박은빈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영우를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조금이나마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알게하는 좋은 경험이 됐기를 바란다"며 "세상이 달라지는데 한 몫 하겠다는 거창한 꿈 없었지만 이 작품 하면서 적어도 친절한 마음 품게 할 수 있기를,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하길 바라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우영우를 마주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으로 다가서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겐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두려웠다. 스치는 생각이 제가 가진 편견에서 기인한게 아닌가 매순간 검증이 필요했다. 저 스스로 한계를 맞닥뜨릴 때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극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였다. 영우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힘차게 내딛던 영우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영우와 함께한 순간을 영원히 아름답게 간직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은빈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3일 기준 조회수 527만회를 넘었다. 영상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소감이 대통령감이다", "얼마나 깊이 있고 품위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소감", "감동적이다", "박은빈 배우 소감을 오랫동안 기억하려고 댓글을 남긴다", "누군가의 수상소감을 3번이나 보게 되는 날이 오다니", "보통 수상소감이 지겹고 식상해서 잘 안 듣는데 박은빈은 진정성이 느껴져서 집중해 듣게 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