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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지역은행주가 폭락하며 뉴욕증시가 1%대 하락했다.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은행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1980년대 미국에서 저축대부조합(S&L) 3000여곳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美 은행주 일제히 급락
2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 대비 367.17포인트(1.08%) 하락한 33,684.53에 마감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1.16%, 1.08% 떨어졌다.지역은행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날 JP모간이 파산 위기에 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은행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다시 커지면서다.
이날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27.8%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갱신했다. 팩웨스트는 주가 흐름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 종목이다.
뉴욕주의 매트로폴리탄 은행은 20.4%, 애리조나주의 웨스턴얼라이언스 뱅코프는 15.1% 떨어졌다. 텍사스주의 코메리카은행 주가도 12.4% 하락했다. 미 지역은행주를 추종하는 KBW 나스닥 지역은행지수는 5.5% 하락해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은행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JP모간(1.6%)과 모건스탠리(1.87%)에 이어 씨티그룹(2.65%)과 웰스파고(3.8%)까지 떨어졌다.
◆“은행위기 종료 발언 시기상조”
전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는 해석이다.팩웨스트와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추가 파산 우려가 있다고 지목된 종목들이다. SVB처럼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많았고 무보험 예금 비중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게리 테너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어제 JP모간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와 함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보험 한도 확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 은행주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이먼의 발언이 시기상조라는 반박도 나온다. GPS 캐피털 마켓의 데이비드 피어스 디렉터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금융 부문이 은행가와 정책입안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며 “숨겨진 다른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S&L사태와 흡사
은행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의 지역은행들이 1분기에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빼고 있어서다.미 투자회사 루미스 세일스의 줄리안 웰즐리 글로벌 은행분석가는 “(은행)위기의 만성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있을 수 있다”며 “지역 은행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마요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JP모간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는 우려를 완화했지만 제거하지는 못했다”며 “상업용 부동산과 규제, 다양화 등 지역은행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세 가지 문제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CEO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3’에서 “대부분의 지역은행들은 강하지만 이들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건 시장 참가자들”이라며 “지역은행들이 많은 변동성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WSJ는 현재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유사한 점이 별로 없고 1980년대 저축은행 수백 곳이 파산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와 흡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L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에 특화된 금융기관이다. 1980년대 초 규제 완화와 부동산 경기 활황을 등에 업고 주택저당증권(MBS) 등에 고위험 투자를 했다가 부실을 키웠다. 그러나 당시 폴 볼커 의장이 이끄는 Fed가 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수익성이 급락했고 결국 연쇄 파산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