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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가조작 사태에서 드러나는 자산가들의 탐욕과 도덕적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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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스스로 주가조작을 설계·주도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가 공개됐다. SBS가 어제 보도한 녹취에 따르면 병원장 등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2021년 9월 투자설명회에서 라 대표가 밝힌 주가조작 수법은 범죄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치밀했다.

라 대표는 ‘대포폰’으로 불리는 차명 휴대폰으로 일당에게 주식매매를 지시했다. ‘오더’를 받은 일당은 투자자 명의의 휴대폰을 들고 전국 곳곳의 투자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가서 모바일로 주식매매를 했다. 투자를 위임한 고객이 실제 거래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병원장이 있는 병원에 노트북을 한 대씩 다 놔줬다고도 했다. 이 역시 한 곳에서 매매할 경우 IP(인터넷 주소) 추적을 당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람들끼리 주식이 오가는 것은 금방 적발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거치는 다단계 방식을 쓴다고 했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다 세팅을 해놨다”고 하면서 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라 대표의 발언과는 별도로 병원장 등 투자설명회 참석자들이 보인 반응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녹취에는 그들이 자본시장법 위반과 검찰 수사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이 여럿 나타난다. 이에 대해 라 대표는 “(검찰이) 털려면 어떻게 해도 털리는 것 아니냐. 그러면 어떤 일도 못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방어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듣고도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주식매매를 하게 했다면 이는 공범에 가깝다. 피해자 운운은 ‘코스프레’일 뿐 정황상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미필적 고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주가조작이라는 파렴치 범죄는 한탕을 노리는 작전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고수익에 눈이 먼 자산가의 탐욕이 작전의 배양분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고 있는 일부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의 모럴해저드는 자본시장을 좀먹는 독버섯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혼탁해진 자본시장을 재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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