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표 기업들의 주가 수준이 장부가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가르는 주가수익비율(PER)도 선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아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순이익과 현재 주가(2일 기준) 수준을 비교한 코스피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은 13.3배로 집계됐다. 지난해 11.1배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로 지난해 1.1배보다 감소했다.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주요 기업들만 비교하면 PER은 11.3배, PBR은 0.9배였다. 지난해는 PER 9.8배, PBR 1.0배였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현재 시가총액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 상장기업의 자본총계가 2021년 말 1885조원에서 작년 말 1992조원으로 5.7% 증가했지만, 주가는 약세를 시현해 코스피 PBR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 PER도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상승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감소했지만, 이보다 순이익 감소 폭이 더욱 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지난해 5월 2일 2028조원에서 지난 2일 1917조원으로 5.5% 감소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2021년 182조원에서 지난해 144조원으로 20.9% 줄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 23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가지수 PER 평균은 17.9배 수준이다. 코스피200의 PER 11.3배를 크게 웃돈다. 중국 대만 인도 등 신흥국 24개국의 PER 평균(12.5배)과 비교해도 낮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은 2021년 1.8%에서 작년 2.0%로 늘어났다. 작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배당총액이 37조7000억원으로 전년 37조5000억원보다 늘어난 덕분이다.
국내 기업들의 업종별 PER를 비교하면 헬스케어가 61.5배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이 59.6배, 정보기술이 18.7배, 경기소비재와 에너지화학이 14.9배 순서였다. 반면 운송(3.2배), 은행(4.1배), 보험(6.5배) 증권(7.1배) 등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