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간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서울 용산 미군기지 부지 일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4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재탄생한다.
대통령실은 2일 출입기자단에 용산어린이정원을 사전 공개했다. 정부는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298만㎡(약 90만 평) 규모 ‘용산공원’의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전면에 있는 반환부지 30만㎡(약 9만 평)를 어린이정원으로 조성했다.
대통령실 앞에 어린이정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윤 대통령이 직접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여기에 나무도 심고 기념비 같은 것도 만들고 동상도 놓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일하면서 생각해 보니 우리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분수정원을 만들어 날이 더워지면 시청 앞 분수 광장처럼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미군이 쓰던 축구장과 야구장을 조금 손질해 유소년 축구대회와 야구 시합을 하고 있는데 가급적 어린이들에게 공간을 많이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용산기지는 1904년 ‘한·일 의정서’ 체결 이후 일본과 북한, 미국 군대가 번갈아 주둔하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상징하는 곳이다. 과거 미군 장교들이 머물렀던 붉은색 지붕의 단독주택(일명 장군숙소) 20개 동은 종합안내센터와 홍보관, 상설전시관, 어린이도서관 등으로 재탄생했다.
조용필, 이미자, 패티김 등 가수들이 공연했던 옛 미8군 클럽은 미군 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관으로 바뀌었다. 이벤트하우스에는 지난해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당시 어린이 100명이 ‘어린이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그린 벽화가 설치됐다.
대통령실 정면에 펼쳐진 잔디마당은 과거 미군 야구장 네 곳을 정비해 조성했다. 잔디밭 규모는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6만6000㎡(약 2만 평)에 달한다. 전망언덕에서는 윤 대통령이 근무 중인 대통령실은 물론 남산과 용산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4일부터 개방된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