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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윤 "도둑잡다 데뷔, 저도 SNS 덕 봤지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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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믿고 보는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장동윤은 20대 중반까지 안정적인 직장인을 꿈꾸던 대학생이었다. 2015년 편의점에서 강도를 잡아 뉴스에 출연했는데, 훈훈한 외모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가 됐고 이를 본 소속사 관계자가 그를 찾아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군 전역 후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던 강동윤은 SNS 덕에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졌다.

영화 '롱디'에서 장동윤이 연기한 이도하 역시 SNS에 올라온 영상 하나 때문에 결혼까지 생각한 5년 사귄 여자친구와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 인물. 그뿐만 아니라 해당 영상이 교두보가 돼 직업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장동윤과 공통점이 여럿 보이는 캐릭터다.

"(뉴스) 영상이 캡처돼 제 얼굴이 확산되고, 신상이 털리니까 좀 무섭더라고요. 나쁜 내용도 아니었고, '정의로운 청년'이라고 칭찬도 받았지만. 저는 주변에 연예인도 없고, 그런 상황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배우가 된 후엔 본능적으로 '노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제가 SNS를 안하게 된 건 그 때문이에요."

SNS를 통해 어디에 가는지, 무엇을 입는지, 누굴 만나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장동윤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요즘도 "대중교통을 애용하고, 평소엔 걸어 다닌다"는 장동윤은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알아본다 하더라도 다들 매너가 좋으셔서 제가 밥을 먹거나 하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 촬영이나 사인 등을 요청하신다"면서 웃었다.

SNS만 하지 않을 뿐 장동윤이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해지해야 할까 싶다"는 장동윤은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 홍보 명목으로 출연하고 싶었는데 그분들이 더 바쁘시더라"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롱디'에서 자동차 딜러 일을 그만둔 후 유튜버가 되는 도하의 행동에 어색함이 없었던 것도, 스크린라이프라는 색다른 형식에 도전장을 내고 낯선 촬영 방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요즘 세대'인 장동윤의 성향이 드러난 부분이다.

스크린라이프는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이다. 스크린이 곧 영화 화면이기 때문에 실제 촬영이 아이폰과 고프로 등 디지털 기기로만 진행됐고, 유튜버처럼 장동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던 장면도 적지 않다. 이후 1년여의 후반 작업을 통해 완성된 '롱디'를 본 장동윤은 "생각보다 더 재밌게, 잘 나온 거 같다"면서 만족감을 보였다.

"저는 얼굴이 등장하는 부분만 연기하고, 이후 영상을 띄우고, 카카오톡으로 내용을 치고 이런 부분은 시나리오에 등장하긴 해도 화면이랑 연결이 되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촬영분 외에 내용들을 어떻게 추가해갈지 궁금했는데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에도 도하의 감정이 담겨 있더라고요. 후반작업을 통해 감정이 더 보완되고,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아요."

극 중 도하는 좋아하던 인디 밴드의 보컬의 팬에서 남자친구가 된 '성덕'이다. 5년 동안 변함없는 순애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쿨한 성격이 매력인 여자친구 태인(박유나 분)과 달리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자 눈물을 흘리고, 핼러윈 파티에서 만취해 다른 여자와 스킨십을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이별을 통보받자 처절하게 매달리는 지질함도 보여준다.

태인이 결별을 선언한 후 도하가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등장하자 감정이 박하기로 소문난 언론시사회에서도 곳곳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장동윤은 "그런 반응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저는 그저 감정에 충실해 보이자고 했는데, 그게 웃음 포인트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하와 자신의 다른 부분을 강조하며 거리를 둬 폭소케 했다.

"제가 '구여친'에게 미련이 많은 스타일은 아닙니다.(웃음) 도하는 시나리오상에서도 캐릭터가 명확했어요. 귀엽고, 솔직하지만 지질하고, 눈치 없고. 감독님도 그걸 표현해주길 바라셨고요. 제 입장에서는 도하가 태인을 두고 핼러윈 파티장에 간 거부터가 납득이 안 가요. 굳이 도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태인이 '나도 늦을 거니 다녀와'라고 하고, 태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을 소개해준다고 하니 간 게 아닐까 싶어요."

데뷔 초기 만났던 장동윤은 "딱 서른 살이 될 때까지만 이 길이 맞는지, 틀린 지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이던 시절에 얼떨결에 연기 활동을 시작하게 됐던 만큼, 배우 역시 그에게는 하나의 직업 중 하나였던 것. 이제는 "완전히 배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장동윤에게 치열한 입시, 그리고 취업 준비 경험은 연기에 생생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그 근처까지는 갔다 왔으니까요.(웃음) 인턴에 합격해서 출근 직전이었는데, 뉴스에 출연하고 배우가 된 거라 도하와 태인이 느낀 고충과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제 형을 포함해서 대학 동기나 주변 친한 사람들은 다 직장인이에요. 오래 열애를 하던 취준생 커플 중 누구 하나 먼저 취업하면 골치 아픈 상황에 부닥치는 것도 봤고요. 도하와 태인의 이야기는 분야는 다르지만 너무나 잘 아는 얘기에요."

얼떨결에 배우가 됐지만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오랫동안 준비한 이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았다.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 기쁨을 줄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장동윤은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 출연 이후 여장(KBS 2TV '조선로코-녹두전)을 하거나, 군인(OCN '써치')이 되고, 시대극(KBS 2TV '오아시스')에 출연하는 등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차기작으로 알려진 새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씨름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시대에 따라, 시기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르나 기호는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급류에 휩쓸리지 않아요. 그러려면 많은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하고, 어떤 유행이 와도 '얘 잘하는데' 하는 배우가 돼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데뷔를 25살에 했고, 지금은 32살인데 그동안 신체 변화도 있고, 거기에 따른 대비도 해야 하잖아요. 귀엽고 풋풋한 모습을 좋아해 주신다고 해서 그것만 계속하다 나이가 들면, 외적으로 그런 게 어울리지 않는 시기가 오면 그땐 배우로서 가치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 거죠. 거창하게 한 획을 그어야겠다기보다는 열심히,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많은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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