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편의점이 기획한 빵, 주류, 도시락 등 자체브랜드(PB) 가공식품이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사례가 많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편의점 PB의 강점은 저렴함뿐이었다. 제조사 브랜드(NB)를 선도하길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업계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GS25의 PB 라면들이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2006년 업계 최초의 PB 라면인 ‘틈새라면’을 시작으로 ‘유어스 공화춘자장’(2006년), ‘오모리김치찌개라면’(2014년)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들은 GS25의 컵라면 분야에서 매출 상위권을 굳게 지키고 있다.
1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GS25의 컵라면 매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40%로 고공행진 중이다. GS25에서 컵라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PB 상품인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창궐 후 컵라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했던 최근 3년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출시 이후 누적 6000만 개 이상 팔렸다.
유통업체의 경우 농심, 오뚜기 같은 전통 강자들과 달리 고유의 레시피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GS리테일은 독특한 기획력을 앞세워 잘 알려진 맛집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다.
첫 작품인 틈새라면은 라면 프랜차이즈 전문점 틈새라면과 협업해 ‘현존 최고의 매운 라면’이란 콘셉트로 기획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틈새라면은 레스토랑 간편식(RMR)이란 용어조차 없었을 때 매출 1위에 등극했다”며 “수년간 GS25에서만 차별화 상품으로 판매되다가 지금은 종합식품기업 팔도에서도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어스 공화춘자장은 자장면 노포 공화춘의 주방장 조언을 받아 탄생한 제품이다. 공화춘은 1905년 인천 차이나타운에 개점한 식당이다.
2014년에는 숙성 김치로 유명한 ㈜오모리와 손잡고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고급 식자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에 관심을 보이자 김치 원물과 김치찌개 양념을 살리는 전략을 택했다.
현재 GS리테일이 보유한 PB 라면은 10여 종이다. 최근엔 지역의 유명 메뉴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내놓은 ‘제주식 해장국 라면’이 호평을 받자 다음달에는 밀양식 해장국을 활용한 PB 컵라면을 내놓기로 했다. 정병수 GS리테일 가공기획팀장은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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