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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가 기축통화?…'트리핀 딜레마' 극복할 수 있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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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거세다. 그 중심엔 중국이 있다. 중국과 브라질은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에서 위안화와 헤알화를 이용한 거래를 늘리기로 했다. 올 3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 간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면서 국제 석유 거래에 달러를 쓰는 ‘페트로 달러’ 체제가 ‘페트로 위안’으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달러는 이렇게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인가. 위안화는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빚을 져도 달러 빚을 진다
기축통화란 국가 간 무역 거래와 금융 결제에서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국은 여러 이점을 지닌다. 외환위기에 대한 걱정 없이 필요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고, 다른 나라에 대한 금융 제재를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달러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축통화로 부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세계 총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최강대국이자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미국이 금 온스당 35달러로 교환 비율을 정하고, 다른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했다. 이를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한다.

미국이 1960년대 베트남전을 치르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각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71년 금 태환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너졌지만, 그 후로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유지했다. 국제 결제의 45%가 달러로 이뤄진다. 세계 외환보유액의 60%가 달러다. 외화 표시 부채도 60% 이상이 달러다. 저축을 해도 달러로 하고, 빚을 내도 달러 빚을 낸다는 얘기다.

불안한 미국, 흔들리는 달러
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달러의 몰락을 예견했다. 벨기에 출신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은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한데, 그로 인해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다. 트리핀은 이 딜레마로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찰스 킨들버거, 배리 아이컨그린도 달러 기축통화 시대의 종말을 예언했다. 그들의 예언은 현재까지는 빗나가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달러 몰락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서 25% 이하로 떨어지는 사이 중국 비중은 18%까지 높아졌다. 미국의 70% 수준이다. 중국의 무역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일부에서 관측하는 대로 사우디가 석유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받는다면 달러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 등 미국 내부 요인도 달러의 위상을 흔드는 잠재적 위협으로 꼽힌다.
중국도 감당 못할 위안화 기축통화
미국의 국력이 과거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보기엔 섣부른 면이 있다.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아직은 초라하기 때문이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가 채 안 된다. 세계 외환 거래액에서 위안화 비중은 3~4% 수준이다. 달러는 90% 가까이 된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거래가 쉽고,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또 해당 국가의 금융 정책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위안화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트리핀 딜레마는 중국에도 적용된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은 지속적인 경상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페트로 달러를 쉽게 깨뜨릴지도 의문이다.

역사상 기축통화는 항상 최강대국의 통화였다. 결국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될 수 있어야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위안화는 국가의 엄격한 자본 통제를 받지만 미국 금융시장은 개방돼 있고, 미국 법체계는 달러 보유자를 잘 보호한다”며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는 한 달러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은 없다”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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