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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국장·대학 총장도 연루…'성범죄' 엡스타인 일정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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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학교 총장, 세계적인 석학….
악명 높은 아동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인물들의 직업이다. 엡스타인이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받은 뒤에도 미국 저명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뉴욕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10대 소녀 수천 명을 꾀어 성 착취한 죄로 교도소 수감 중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엡스타인의 개인 일정표를 분석해 CIA 전 국장, 대학교 총장 등이 그와 여러 차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일정표에 따르면 2021년부터 CIA 국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번스는 2014년 엡스타인과 3차례 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둘은 워싱턴에서 처음 만난 뒤 맨해튼에 있는 엡스타인의 타운하우스에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고문을 역임한 캐스린 뤼믈러 골드만삭스 사내 변호사는 수십여 차례 엡스타인과 조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파리 출장에서 동행했으며 2017년 카리브해에 있는 엡스타인 별장에도 묵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 있는 바드 칼리지의 총장인 레온 보트스테인은 2015년 엡스타인을 캠퍼스로 초대했다. WSJ에 따르면 당시 엡스타인은 20대 젊은 여성들과 동행했다. 미국의 석학이자 최고의 언어학자로 불리는 놈 촘스키 애리조나대 교수는 2015년 엡스타인의 타운하우스에 초대받은 바가 있다.

WSJ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맨해튼 타운하우스, 카리브해 별장 등을 활용해 10대 소녀 수 천여명을 성 착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리브해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별장은 '로리타 섬'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WSJ이 확인한 엡스타인의 일정에선 모임의 목적이 적혀있지 않았다. 또 모임이 실제 개최됐는지 확인된 바 없다.

일정표에 이름이 올라온 사람 대부분은 엡스타인의 부와 인맥 때문에 그를 만났다고 WSJ에 해명했다. 보트스테인은 엡스타인에게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 등 국제 정치 논의를 하기 위해 접선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엡스타인과 모임을 개최한 시점은 2008년 이후로 일정에 기재됐다. 2008년은 엡스타인이 플로리다주 법원으로부터 미성년자 매춘을 알선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나온 시점이다.. 2006년 엡스타인은 36명의 10대 소녀를 성 착취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2년 걸친 재판 끝에 1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성 추문으로 인해 이미 엡스타인의 명예가 한 차례 실추된 바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엡스타인이 준 기부금을 반환했고, 억만장자 레슬리 웩스너는 2007년 엡스타인과 절교했다고 밝혔다.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엡스타인에게 찍혀 있는 가운데 저명인사들이 그와 지속해서 조우한 것이다.

WSJ의 이번 보도로 인해 엡스타인 스캔들이 다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오는 5월 엡스타인의 성폭행·인신매매 수사 관련 증언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엡스타인의 성 착취가 극에 달했던 1998~2013년 15년간 그의 성범죄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준 주거래은행이었다. 다이먼 회장이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인지한 채 자금 거래를 계속했다면 사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이먼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알려지자 엡스타인 스캔들에 얽힌 유명 인사가 다시 거론됐다. 앞서 2019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의 성 착취 행각이 담긴 이른바 ‘엡스타인 문서’에 이름이 언급되며 그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리언 블랙 뉴욕 현대미술관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도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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