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회의원, 장·차관 등 공직자가 의무적으로 보유 재산을 등록하는 공무원 재산신고·공개 제도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공직자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재산신고를 회피하고 자산을 은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만큼, 국내 최초 가상자산법 입법에 발맞춰 제도 정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주 중으로 공직자의 등록대상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공직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평가가액 기준으로 신고하고, 금융거래정보 제출기관에 가상자산사업자를 추가해 공식적인 자료제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는 국가 및 지자체 정무직을 비롯해 4급 이상 공무원과 법관, 검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대학의 총·학장, 대령 이상 장교, 공기업의 장·부 기관장 등에게 적용된다. 이 가운데서도 정무직 공무원과 1급 이상의 공무원, 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중장 이상의 장교 등은 재산보유 내역이 관보를 통해 공개된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현행법상 신고할 수 있는 자산에 분류되지 않아 재산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2023년 정기 재산신고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재산신고에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우회적으로나마 알린 공무원은 2명 뿐이다. 이 중 한명인 박범수 농해수비서관은 배우자 명의로 현금 150만원을 신고하며 변동 사유에 ‘비트코인 가액변동’이라고 신고했다.
나머지 한명인 이승연 부산광역시 시의원은 예금 변동 사유를 통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에서 4억원 가량의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전량 매도해 2억7000만원 가량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1억3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공직자가 재산을 가상자산의 형태로 은닉하고, 부정하게 가상자산을 수취하더라도 이를 적발 및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기관별 훈령에 마련되어 있어 인적 적용 범위가 제한되고,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자산 범위가 분명하지 않다”며 “또한 재산등록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로 보유 및 거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규 의원은 “공직자 재산신고 및 공개제도의 취지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와 광범위한 보유 현황을 고려하면 가상자산을 신고 재산으로 편입해 (재산등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가운데 의외의 ‘코인부자’가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표적 후보로는 원외 인사지만, 차기 총선에서 원내 입성이 예상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과거 “가상화폐 투자로 선거 서너 번 치를 정도의 돈을 벌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에서는 김남국 의원이 과거 활발하게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말했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의원 시절 국내 최초로 가상자산으로 정치 후원금을 모집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