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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도 없는 데스트리 백…루이비통家 며느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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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 백이 어디 거야?”

지난 2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 정준선 KAIST 교수 결혼식.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하객으로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가방 하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말 ‘초면’인 가방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부터 구조까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게 없었다. 심지어 검색해보려 하니 그 흔한 로고조차 보이지 않았다.

소가죽을 사용해 만든 가방 본체에는 노끈을 둥글게 말아 제작한 듯한 공예 디테일이 장식돼 있다. 마치 가방 위에 냄비 받침대를 올려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가방은 프랑스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 데스트리의 ‘건터 파스망트리 백’이다. 이 사장이 들고나온 블랙 색상 외에도 민트, 레드, 오렌지까지 시선을 확 잡아끄는 형광 색감의 제품이 주를 이룬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디자인, 톡톡 튀는 색상이 데스트리가 추구하는 가방의 정체성이다.


이 사장이 들었다고 하면 몇천만원을 호가할 것 같지만 가격은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550유로(약 80만원)에 팔리고 있다. 가방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검은색 상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완판됐다. 이후 국내에선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되팔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브랜드를 조금 더 살펴보면 제랄딘 구이엇이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름이 나온다. 구이엇은 디자이너와 동시에 창업자이기도 한데, 2016년 디올 임원이었던 레티시아 롬브로소와 함께 데스트리를 차렸다. 파리에서 태어난 구이엇은 영국 런던의 세계적 패션 스쿨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를 다닌 디자인 수재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으로 꼽히는 프랑스 패션 재벌이자 ‘명품 제국’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다.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인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셀린느 불가리 등 정상급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제국을 이끄는 사람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다. 아르노 회장에게는 다섯 명의 자녀가 있는데, 둘째 아들인 알렉상드르 아르노가 구이엇의 남편이다. 아르노 회장의 며느리라는 얘기다. 구이엇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넘버2’ 자리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단순히 신생 브랜드의 창업 디자이너가 아니다.

1992년생 동갑내기인 구이엇과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2019년 28세에 처음 만나 1년 만에 불같은 연애 끝에 약혼에 성공했다. 약혼 이듬해인 2021년 7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10월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모두 두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당시 최고의 팝스타이자 루이비통 디자이너가 된 퍼렐 윌리엄스와 빌보드를 주름잡는 래퍼 칸예 웨스트 등이 유럽으로 날아와 직접 축가를 불러주며 ‘세기의 결혼식’으로 화제가 됐다.

창업 7년차를 맞은 지난해 데스트리는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명품업계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세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자금을 쾌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투자 자금을 대준 이들의 이름만 해도 톱스타 비욘세와 리한나, 제시카 알바, 지젤 번천, 리즈 위더스푼 등이 있다. 여기에 미국 유명 화장품 기업인 글로시에를 창업한 에밀리 와이즈, 가브리엘라 허스트 전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자금을 모았다. 남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들은 전 보그 차이나 편집장이자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 벤처파트너인 안젤리카 청의 주선으로 데스트리의 시리즈A 투자 자금 모집에 참여했고, 그 덕에 데스트리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펀딩 금액은 발표되지 않았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구이엇은 지난해 6월 파리 르 생 오노레 거리에 첫 매장을 열었다. 유럽과 미국 시장을 넘어 최근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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